지하 슈퍼에 가

 염장꽁치의

 선명한 눈알을 보리라

 거울이 그걸 비추리라

 빨간 냉동사과 태아처럼 일어서리라

 누란에서 발견된 여자 미라처럼

 뒤틀린 건미역 거기 있으리라

 한 움큼 마른 바람이

 얼굴을 때려오리라

 순간 속의 영원을 굳세게 믿으며

 믿지 못하며 나는 퀭한 나날을

 손수레에 실어 밀며 끌어당기며

 쉽게 다치고 상하는

 감정의 이목구비를

 그것들 옆에

 가만히 내려놓으리라

<감상> 희로애락은 오감을 통해 생기는 감정의 변화다. 그 감정은 타인의 말 한 마디에도 너무 쉽게 변하게 된다. 감정의 이목구비를 지하 슈퍼에 있는 갖은 물건 옆에 내려놓으며 스스로 새로운 삶을 찾겠다는 그 이면에는 영원이란 것에 대한 간절한 미더움이 있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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