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제 몸을 껴안을 수가 없다

사랑할 수가 없다

빵처럼 부풀어도

딴 몸에게 내다 팔 수가 없다

탈수하는 세탁기처럼

덜덜덜덜덜덜덜덜덜, 떨다가

안간힘으로 조용히

멈춘다. 벗을 수 없구나

몸은 몸속에서 지쳐 잠든다

몸은 결국 이렇게 죽는다

<감상> 한동안 몸은 젊음을 지탱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짊어질 듯 힘을 과시한다. 풋풋한 몸이 푸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그 상태는 영원할 수 없다. 몸이 몸을 껴안을 수 없지만 몸은 자신의 몸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지금 당신의 몸이 몸속에서 쉬고 싶다. 힐링은 결국 몸속의 몸을 발견하는 일이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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