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는 정전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지만 그것은 이스라엘이 존중하고 준수하는 정전이며, 가자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는 정전입니다. 가자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압도적 다수인 민간인이나 하마스 등의 당파 멤버들입니다. 모두 2007년 이후 이스라엘의 봉쇄하에서 서서히 살해당하든지, 공격을 받아 일순간에 죽음을 맞든지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에 대해 가하고 있는 봉쇄의 결과 음료수도 없고 영양도 부족한데다 의료마저 충분치 못해 병으로 죽든지 이스라엘이 '잔디를 깎을 때'가 됐다고 결정하는 순간에 죽든지 둘 중 하나라는 겁니다." 팔레스타인 전문가 나디아의 말이다.

AFP통신은 지난달 8일 이후 지난 5일(휴전일)까지 한달 가까이 이스라엘의 '프로텍티브 에지(변경보호)' 작전의 공격으로 죽은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2천명에 육박하는 1천867명이난 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프로텍티브 에지'라는 '잔디 깍기'가 펼쳐진 것이다. 이스라엘은 저항세력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정원의 잔디를 깍듯이 정기적으로 군사행동을 자행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가 '독일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어떤 승리도 득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어떤 훼손도 만회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썼듯이 이 전쟁은 '인간 패배'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인간 존엄'이라는 말이 얼마나 하찮은 구두선에 불과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지구의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서 전한 복음의 가장 핵심은 '인간 존엄성 회복'이다. 교황은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와 맞서싸우기를 빈다"면서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자"고 했다. 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삼종기도에서도 "성모께서 우리 중에 고통받는 사람들, 특별히 병든 이들과 가난한 이들, 존엄한 인간에게 어울리는 일자리를 갖지 못한이들을 자비로이 굽어보시도록 청한다"고 기도했다.

종교와 인종, 국가를 뛰어넘는 인간 존엄의 신장과 회복이야말로 종교는 물론 인간 삶의 가장 가치 있는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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