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자리·자애 독선 벗어나 '겸상애 교상리' 실천한다면 국민경제 들불처럼 타오를 것

이중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감사

새로운 길을 나서기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다. 더구나 새롭게 시도하는 방안이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더해지면 이런 저런 얘기들은 더욱 무성해진다. 최경환 경제정책이 바로 그렇다. 통화량 팽창으로 자칫 국가나 국민 개인의 빛만 늘려서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가계의 채무 구조만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를 잃고 외양간마저 잃을 수 있다는 고언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적 불가피론이 만만치 않다. 우리 경제에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값 하락으로 시작된 일본식 장기 불황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고 따라서 전략적으로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는 시중에 돈을 풀어서 경제 활성화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시중에 돈이 돌면 소비가 늘고, 소비가 늘면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기업 활동이 활성화되면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늘면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늘어 기업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선순환 구도가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을 서서 12조원을 풀면서 금융기관을 통해 26조원 이상의 돈을 시중에 흘러 보내기로 했다. 뿐만아니다. 아파트의 대출 규제를 낮춰 가계에서도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다. 소비를 옥죄이는 가계 부채의 압박 수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의 하이라이트는 '기업소득 환류세' 제도이다. 돈을 많이 벌어 들인 대기업들이 투자도 하지 않고 쌓아 놓고 있는 사내 유보금에 대해 10%의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기업 활동을 해서 돈을 벌었으면 투자를 하든지 직원들의 월급이나 주식 배당금을 올려서 시중에 지출하라는 것이다.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작업에 사기업을 동원한 것이다. 유례가 없는 혁신적인 발상이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나 일본 아베 총리의 경기 활성화 전략과는 프레임이 다르다. 최경환 경제가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기대를 모으는 까닭이요 최경환 경제의 성패를 가름하는 키스톤(Key Stone)이기도 하다.

무릇 국가 정책은 국민적 이해와 공감이 성숙되어야 비로소 결실을 맺게 된다. 경제 정책은 정부와 가계 그리고 기업이 손을 맞잡아야 한다. 개인주의 가치관이 변질되어 자리(自利)와 자애(自愛)로 요약되는 이기적 행태가 넘쳐나면서 남에게 베푸는 배려의 빈곤시대를 맞고 있다. 공자와 함께 혼란의 전국시대를 살았던 묵자(墨子)는 혼란의 원인을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서로 사랑해야 서로에게 이롭다는 '겸상애 교상리'(兼相愛, 交相利)를 가르쳤다. 경주의 최 부자 실화는 '겸상애 교상리'의 실천이었고 바로 우리 시대에 추슬러야 덕목일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SK하이닉스, 신한지주 등 국내 대기업들은 무려 1천조원 정도를 금고에 쌓아 놓고 있다고 한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일반회계) 357조7천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 한국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에 충분하다. 대기업들이 자리(自利)와 자애(自愛)의 독선에 빠져든다면 안타깝게도 국민 경제는 장기 불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의 폭을 넓혀 '겸상애 교상리'의 깊은 뜻을 실천에 옮긴다면 국민 경제는 들불처럼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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