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성공적 새삶' 환상보다 성공 귀농 뒷면 숨겨진 민낯, 냉정한 사실 전달도 해줘야

김찬곤 경북과학대학 교수

몇 년 전부터 분 귀농 바람이 최근 매우 거세졌다. 각 지자체마다 나름대로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도시민의 귀농을 장려하고 있고, 팍팍한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의 귀농결심을 얻으려 각종 행사를 통해 구체적인 경제 지원까지 경쟁적으로 제공하는 등 귀농 붐을 일으키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때마침 여러 방송사에서는 거의 매일 귀농인의 성공한 삶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널따란 파란 잔디가 깔린 정원과 실내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게 된 낭만적인 집, 텃밭에선 손수 기른 채소가 자라고 있는데 때마침 방문한 친구들과 삼겹살을 구우며 미소 짓는 풍경까지 너무나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잡지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집 뒤는 초록의 산이고 앞에는 꼭 물이 흐르고, 농약을 치지 않는 음식과 맑은 공기 덕에 몇 년 전부터 앓았던 병까지도 깨끗이 나았다는 게 대체적 줄거리로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러나 이런 귀농의 모습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단순히 현실과 다르게 보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아니라 지나치게 미화됨으로 인해 나중에 감당해야 할 부작용 때문이다. 자칫 '귀농은 곧 성공적 새 삶'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히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며, 따라서 장점만을 부각시킨 귀농장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촌 인구증가 정책과 맞물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공헌할 수 있는 모델로서는 가치가 있다 할지언정, 귀농성공 사례 뒷면에 숨겨진 민낯에 대한 냉정한 사실 전달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까지 농식품부는 '농산업인턴제' 인원확 대정책과 더불어, 전국 158개 '도농인력지원센터'를 통한 귀농인 일자리 제공사업 등 귀농인의 양적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13 전국 귀농가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귀농인구는 매년 대체적 증가세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자료에 따르면 농가소득 증가분보다는 농가부채의 증가가 그 비율 면에서 더욱 가파르고,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대비 농가소득도 과거 89.1%에서 2012년 기준으로 57.6%로 오히려 차이가 커졌다. 따라서 이런 문제와 함께 여러 까닭으로 귀농 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많은 사례도 귀농장려현장에서 소개될 수 있도록 해야 옳을 것이다.

자산보다 빚이 더 빠르게 증가해 농가의 부담이 커지는 사례도 그렇지만,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낭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올바르게 전달해야 한다. 무농약 농사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도 인식시켜야 하며, 자연재해에서 자유로운 경우의 농사는 없으며 그 자체로서 매일을 격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사실. 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농촌의료환경도 간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좋은 모습만을 강조하여 시행착오를 겪게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러나는 귀농의지에 대한 격려와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잘나온 사진'이란, 못생긴 사람을 잘생기게 보이는 사진이 아니다. 잘생긴 사람은 잘생긴 대로, 못생긴 사람은 못생긴 대로 나온 사진이 진실로 잘나온 사진이다. 귀농에도 마찬가지다. 귀농에 대한 잘나온 사진은 농촌생활의 좋은 면만을 다투어 찍어 내놓은 사진이 아니라 좋지 않은 모습까지도 있는 그대로 내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가치 있는 잘나온 귀농사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