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허물며

촛농을 떨어뜨린다

언제쯤이면한 시절을 이야기하면서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너무 태양 가까이 날다

벼락처럼 지상으로 내리꽂힌

불꽃나라의 미아

보이지 않는 우렛소리, 우렛소리

어둠에 갇힌 밀랍인형이

기억의 심지에 불을 붙인다

<감상> 오래 전도 아니다. 20여 년 전 종종 전기는 나가고 전깃불 꺼지면 초에 불을 당겼다. 밝은 불을 밝히며 촛농을 떨어뜨리는 초.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밀랍으로 만든 '이카루스의 날개'는 너무 높은 곳으로 올랐기에 밀랍이 녹아 떨어졌다. 너무 큰 욕심을 피우면 추락한다는 신화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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