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요즘 들어 아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유명 인사들이 많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며 머리를 숙이고 있지만 수신제가(修身齊家)도 못하면서 치국(治國)을 할 수 있나 하는 냉담한 반응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정몽준의원은 아들 문제로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찍어냈고, 경기도지사 남경필은 군대에서 가혹행위와 성추행한 아들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국민적 반감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그 주먹을 휘두른 아들이 '얻어맞지나 않는지 걱정'이라는 신문 기고문이 알려져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외에도 아들 때문에 망신살이 뻗친 스타가 있다. 마약퇴치 홍보대사로 있는 성룡의 아들 방조명이 아버지의 별장에서 마약을 흡입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다.

중국 남북조 후기의 유명한 학자였던 안지추(顔之推)가 쓴 '안씨가훈(顔氏家訓)'에 아들 교육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썼다. "사람이 자식을 사랑하는데 균일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옛날부터 아들로 인한 폐단이 많았다. 현명하고 뛰어난 놈은 상을 주면서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이고, 어리석고 둔한 놈이라 할지라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 때문에 맹목적인 사랑에 빠지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해서 측량할 수 없는 화를 초래하게 되어 적게는 가정을 망치고 부모를 죽이며, 크게는 군중(軍中)을 소란케 하고 나라를 망치게 하는 것이다."라 했다.

실록에는 '세종의 성품이 엄하여 자식들을 옳은 도리로 가르쳤다'고 했지만 성군 세종도 자식문제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듯하다. 막내아들 임영대군의 축첩(蓄妾)을 용인했다가 신하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밤낮 국사에만 몰두해 있던 '아버지' 세종이 자식 교육에는 신경을 좀 덜 쓴 것이 아닐까.

아버지와 아들의 유형에는 네 가지가 있다. 아버지도 훌륭하고 아들도 잘난 호부호자(虎父虎子), 아버지는 뛰어난데 자식은 형편없는 호부견자(虎父犬子), 아비는 망나니지만 자식은 훌륭한 견부호자(犬父虎子), 부전자전으로 형편없는 견부견자(犬父犬子)형이 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아들이 호부견자의 말썽을 일으켜 아버지를 눈물짓게 하는 것을 보면서 '부모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농사'라는 말이 실감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