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도덕성과 근무자세는 사회 안전·질서 가늠하는 척도, 더 높은 윤리 규범 지켜나가야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음란행위라는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여교사를 강제추행한 대구의 한 초등학교 행정실장에게 벌금형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내려졌다. 교육이라는 방법으로 인간의 반(反)윤리행위를 막고 도덕성을 함양시키는 기관인 학교의 간부가 오히려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데 대한 단죄이다. 법을 어기는 범법자들을 잡아 처벌하는 기관인 검찰의 장이 입에 담긴 힘든 황당한 범법행위를 일삼는 등 어처구니 없는 지도층의 일탈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공직자들의 성범죄 등 반윤리적인 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대구지법 제2형사단독 판사는 회식자리에서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 아무개(53)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고 23일 밝혔다. 판사는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행해진 만큼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벌금형이 내려진 김 행정실장은 지난해 12월 학교 단체회식이 끝난 뒤 여교사의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대구지법 제12형사부는 여학생의 신체 특정부위를 수차례 만지거나 휴대전화 카메라 등으로 촬영한 현직 장학사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5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했다.

대구경북지역내 교육기관의 성범죄는 한두 건이 아니다. 모 초등학교 교장이 교사들을 성희롱해 교사들이 대구시교육청에 진정서를 내자 시교육청은 이 학교 교장 A씨에 대해 징계를 의결했다. 시집으로는 드물게 300만부 판매고를 올렸던 유명 시인이자 중등학교 국어교사 서 모씨가 여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우리사회에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심지어 순수해야 할 학교에서까지 왜 빈번히 크고 작은 성범죄가 일어나느냐이다.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심각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최근 5년여간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초·중·고교 교사가 전국적으로 총 240명에 달한다. 민현주 국회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성범죄 관련 비위교사 현황' 자료에서다. 이 중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전력 교사 108명 가운데 현재 재직 중인 교사는 33명이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 청소년,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가 선고된 자에 한해 10년간 학교나 학원 등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에 취업이 제한돼 있는데도 어떻게 현직을 유지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나라 곳곳에서 불거지는 각종 병적인 사회현상은 비단 공무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누적된 폐단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공직자의 도덕성과 근무 자세는 국가 사회의 안정과 질서의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큰 척도이다. 다른 직업인에게 요구되는 것보다 더 높은 윤리 규범이 요구된다. 그래서 현 공직자 윤리 요강에는 "어떤 경우든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사문화된 것 같은 사회여건이다.

공직사회에 나를 버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이른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일대 정신 윤리 개혁이 요구된다. 신라의 대당외교관이었던 유학자 강수는 "가난하고 천한 것은 부끄러워할 바가 아니지만, 도(道)를 배우고도 그것을 행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실로 부끄러워할 바이다"라고 말했다. 1300년 전의 지식인의 말을 오늘의 공직자들이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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