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위기와 함께 찾아온 신문의 위기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의 역사는 사각의 종이와 그 종이위에 기록하는 것으로부터 비로소 시작됐고, 그 문명화의 가장 보편적인 양식이 신문이라는 매체다. 여러 미디어 가운데서도 신문은 사회적 환경이 확대되고 복잡다단해지면서 일반 대중들의 올바른 사회의 파악과 인식을 위한 가장 효율적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이니, 방송이니 떠들어대지만 아직 가장 정밀하고 유력한 미디어가 신문이라는 것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표피적이고 유령 같은 언어의 바다가 SNS나 인터넷이라면 신문은 많은 두뇌집단이 머리를 맞대고 써가는 하루하루의 역사다. 방송이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사실의 감성적인 전달이라면 신문은 엄정한 이성적 가치판단이라는 거름 장치로 걸러내 새로운 역사의 지평을 열어주는 당대의 기록물이다.

신문은 의식 있는 대중들에게 그 사회와 국가, 그리고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된 세계의 문제들에 대해 객관적 견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대량소비, 대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경제의 순환과정을 분석적 기사들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각종 생활의 정보를 주고 권리의 이행과 수호는 물론 품위 있는 이성적 판단기준을 제시해 사회 양심의 신장을 꾀한다는 점에서 다른 매체들과 구분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우리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제일 먼저 조간신문을 찾으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신문을 읽게 한다.

치열한 지면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앙 일간지의 틈바구니 속에서 지역의 특수성과 이익증진을 위해 하루하루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지역지의 역할 또한 간과돼서 안 될 일이다. 말로만 지방화시대, 지방자치 시대 운운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지역 언로를 열어가는 지역신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품위 있는 지역지의 육성은 신문 종사자는 물론 독자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경북일보 창간 24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신문의 사명, 특히 지역신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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