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진면목 - 울진 금강송, ‘자연유산’ 공감대 형성·보호·산림확대 힘 보태야

금강송 탐방길을 걷다 보면 한 폭의 그림같은 금강송이 즐비하다. 피톤치드 발산량이 높은 금강송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자연 속 병원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단연 소나무를 꼽는다. 소나무 하면 으레 굽어 자라는 줄 알고들 있지만 실은 토종 소나무는 절대 굽는 법이 없다.

특히 소나무 가운데 최고로 칭송받는 금강송은 곧고 재질이 단단해 예로부터 궁궐이나 국가의 중요 시설에 목재로 사용돼 왔다.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와 재선충병 등 금강송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소나무 보존을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가지를 뻗은 수령 500년인 대왕금강송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조선시대 금강송 그리고 가치

조선시대에는 품질은 좋은 소나무 목재를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송목금벌(松木禁伐)정책을 시행해 소나무 벌채를 규제하고 이를 위반하면 곤장 100대의 중형으로 다스렸다고 전해진다. 이 가운데 '소나무중의 최고 소나무'로 꼽는 금강송은 낙동정맥이 흐르는 울진 서면 소광리 일대에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금강송은 일반 소나무보다 껍질이 크고 붉은색을 띄면서 적송이라고도 불리며, 속이 누런 황금빛을 띤다 해 조선시대엔 황장목으로도 불렸다.

교통이 불편했던 1970~80년대엔 봉화군 춘양역에서 집하돼 전국으로 팔려나간 탓에 상인들이 붙인 춘양목은 또다른 별칭이다. 금강송의 수명은 일반 소나무보다 수령이 높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기 때문에 전통 대형 목재 건축물에 없어서는 안되는 재료다. 경복궁에 새로 지은 건물을 비롯 숭례문 복원 등 국가 주요 문화재에는 어김없이 울진 금강송이 쓰여졌다.

천연기념물 제409호인 울진 행곡리 처진 소나무는 높이가 11m, 둘레 3.01m며, 수령은 350년 가량으로 추정된다.

금강송은 목재로서의 가치외에 우리 몸에 이로운 '피톤치드' 발산량이 높아 병치료나 건강을 위한 삼림욕에 최고다. 말 그대로 금강송 군락은 '숲속 자연 병원'인 셈이다.

□분포 현황 및 관리 실태

금강송은 울진군 관내에 고루 분포돼 있으며, 특히 평균 150년 이상 수령인 금강송은 서면 소광리 일대에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조경수 굴취범들이 훔치려다 산림청에 적발돼 압수된 소나무(특수목)가 울진국유림관리소 청사 정원에 심겨져 있다.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에 따르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는 5천467㏊에 이르며, 10년생부터~520년까지 8만여그루가 분포돼 있다.

이곳에는 일반에게 잘 알려진 대왕금강송(수령 500년 추정)을 비롯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쭉쭉 뻗은 기골이 장대한 금강송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넓은 군락지를 관리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울진국유림관리소는 산불과 소나무재선충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 산림감시원 17명을 운영중이다. 사실상 이들 인력이 1만8천700㏊에 달하는 소나무림을 관리한다는 것은 무리에 가까워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나무 사진 작가로 유명한 장국현씨는 '대왕금강송' 촬영을 위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주변 금강송(220년생)을 포함해 소나무 12그루를 마구 베어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지역 한 사회단체 관계자에 의해 전모가 드러났으며, 그 때까지 국유림관리소는 눈치채지 못했다.

이 밖에도 2008년부터 현재까지 소나무를 무단으로 벌채하거나 불법으로 굴취하다 국유림관리소에 적발된 건수는 14건에 달한다.

그러나 미뤄 짐작하건데 산림당국에 적발된 건수보다 드러나지 않은 건수가 수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행정력 강화가 요구된다.

□금강송 반출 실태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 서식하고 있는 금강송은 원칙적으로 반출이 금지되고 있다. 다만 문화재청이나 타 정부기관에서 문화재 복원 등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 한해 일부 반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인근 국도 36호선 공사 현장은 사정이 다르다. 개발을 틈탄 조경업자들이 몰려들면서 공사 착공 후 현재까지 6천여 그루의 금강송이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앞으로 남은 공사 구간을 감안한다면 더 많은 금강송이 차떼기로 반출될 계획이다.

조경시장에서 금강송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울진이라는 브랜드와 재선충병으로부터 청청지역이기 때문이다. 인근 영덕군에서 일부 재선충병이 감지됐지만, 아직 울진군에는 보고 사례가 없다.

이처럼 울진금강송의 인기가 높다 보니 소나무 전문 절도범들도 기승을 부린다.

절도범들은 주로 특수목(희귀 모양 소나무)을 표적으로 삼고 주로 야간에 굴취한 뒤 대형 탑차를 이용해 이동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 이렇게 훔친 소나무는 수천만원에 밀거래 돼 고가의 조경수로 팔려나간다.

□보호 및 육성 방안

울진군 산림은 전체 면적의 85% 달한다. 숫자로 따지자면 8만4천354㏊ 여의도 면적에 100배다. 이같은 방대한 산림을 행정 인력으로만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따라서 울진군을 넘어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연유산임을 인식하고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울진군산림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금강송육묘장 또한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매년 10만본 가량의 어린 소나무가 생산돼 유전자 보호와 더불어 금강송 산림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소나무 생육에 치명적인 재선충병 예방 역시 중요하다. 수액을 빨아먹고 사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을 옮기면서 소나무는 수분 흡수를 못해 말라 죽게 되며, 한번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 이처럼 금강송은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벌목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면서 강한 육성 및 보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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