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사람들이 솥발산이라고 하는 정족산(鼎足山)은 해발 700.1m의 산이다. 정상 바로 아래 능선에는 희한하게도 약 18만4천㎡나 되는 넓은 습지가 형성돼 있다. 지질학적으로는 6천여 년의 장구한 세월에 걸쳐 화강암의 풍화작용과 홍수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분지 형태의 습지가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습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산지 습지 가운데 하나다.

모두 4개의 늪으로 이뤄져 있는데, 바닥에는 자질박한 물길이 많이 나 있어서 일정한 수분과 물이 늘 고여 있다. 이탄층(泥炭層)이 잘 발달돼 있어서 습지식물이 뿌리내려 살기에 적격이다. 이곳에는 50여 종의 습지식물을 포함한 257종의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어서 생태계의 보물창고라 불린다. 이름만 들어도 특이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 잘 알려진 끈끈이주걱은 물론 큰 방울새란 등 희귀한 습지 식물 50종이 넘게 확인 됐다. 특히 멸종위기에 놓인 꼬마잠자리의 산란처가 있는 것도 확인됐다. 이 같은 생태학적 가치가 인정돼 2007년 12월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이곳에서는 특히 이삭귀개, 땅귀개 등 특이한 이름의 식물이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땅귀개는 땅귀이개, 이알초라고도 한다. 실같이 가는 흰색의 땅속줄기가 땅 속을 기면서 벋고 벌레잡이주머니가 군데군데 달린다. 잎은 줄 모양이고 땅속줄기의 군데군데에서 땅 위로 나오며 길이 6∼8mm로 녹색이고 밑부분에 흔히 1∼2개의 벌레잡이주머니가 있다.

이 특이한 땅귀개 가운데서도 희귀해서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해 놓은 자주땅귀개가 국립공원 경주남산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이번에 발견된 자주땅귀개 자생지 주변에는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땅귀개 등 정족산에 서식하는 습지식물같은 다양한 습지 식물이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경주남산은 노천박물관이라 불릴만큼 다양한 불상과 불탑 등 불교 유적이 산재해 있는데 이번에 특이한 습지식물이 확인돼 자연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임이 확인됐다. 남산 가치의 재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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