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히지 말고 상거래 질서와 규범 제대로 지켜 최고의 명성과 권위 잃지 말아야

박상호 수필가

도대체 저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왔으며 무슨 일로 왔을까? 까닭 모를 궁금증이 이는 곳,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흥정하고 삶의 우물을 파는 죽도시장!

어릴 적 죽도시장은 집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읍내에 있었다. 장날이면 어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장거리를 장만해서 장를 보러 가시곤 했다. 어머니가 장에 가신 한참 후에 칭얼거리는 누이동생을 업고 동구 밖에 나가면 먼데 신작로에는 흙먼지만 폴폴 날렸다.

고개를 쭉 빼 밀고 이제나저제나 올까 어머니를 기다린 사이 동생은 어느 새 등 뒤에서 잠이 들었다. 어둠이 어둑어둑 내리면 어머니 손에는 먹다 남은 식은 보리개떡과 하얀 박하사탕이 들려 있었다.

절름발이 아버지가 술지게미 퍼마시고 유쾌하게 취하시던, 우리엄마 박하 분 바르고 한껏 멋을 내던 장날. 그러나 지금은 간 고등어 한손 사들고 돌아가도 나를 반길 어머니는 계시지 않고 아버지의 너털웃음 흩어지던 고향 대청마루엔 나를 그리움에 환장케 하는 달빛만 서성이고 뒷 뜨락엔 하얀 박꽃이 어머니의 웃음마냥 환하게 허허롭다.

돌이켜 보면 늘 빠듯하고 부족했던 그 시절이, 그래서 더 억척을 떨며 아등바등 살 수밖에 없었던 그때가 오히려 그리운 것은 떡고물 같은 정과 누룩냄새 같은 사람의 냄새가 있는 시장이 풍겨내는 삶의 향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느 시인은 시장에서 못난 얼굴만 봐도 정답다 했던가. 죽도시장은 우리네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시대의 문화가 되고 밥이 되어 우리의 생활 속에서 떠나지 않는 소중한 공간이자 꿈을 파먹는 추억의 광장이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각의 꾸러미를 들고서 시장을 찾는다. 죽도시장 어물전에는 질퍽거리며 웅성이고 부딪치며 깨어지고 때로는 덜컹거리는 삶의 속살이 환하게 보인다. 삶의 들숨 날숨이 격하게 요동치는 시장난전에는 이 세상 어둡고 깊은 가슴들이 뒤엉켜 희망의 두레박을 퍼 올린다.

있는 것은 다 있고 없는 것은 없는 죽도시장은 우리나라에서 명실공이 최고의 전통시장이다. 죽도시장은 2014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었다. 쇼핑부문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인간의 가장 큰 욕구는 소유의 욕구다. 소유의 욕구는 쇼핑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게이게 우리 포항의 죽도시장이 우리나라에서 최고라는 것이다.

포항시는 편의시설 확충 등 관광시설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시장 상인들은 관광객들의 감성을 팔고 사야한다. 그래야 최고의 죽도시장이 된다. 감성을 사고파는 데 필요한 것은 친절과 감사다. 상거래의 질서와 규범을 지키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고객에게 믿음을 주는 즉 신용이다.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한 사람이나 열 사람이나 모두에게 한결같은 손님 사랑의 마음으로 대해야 하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을 위한 호객행위 등 이런 것은 낡은 사고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통시장인 죽도시장! 죽도시장 상인들은 대한민국 최고라는 자부심과 함께 그 명성과 권위를 잃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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