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날카롭게 깎지는 않아야겠다

끝이 너무 뾰족해서 글씨가 섬뜩하다

뭉툭한 연필심으로 마음이라 써본다

쓰면 쓸수록 연필심이 둥글어지고

마음도 밖으로 나와 백지 위를 구른다

아이들 신 나게 차는 공처럼 대굴거린다

<감상>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이란 노래 가사가 있다. 흥얼거리듯 노래를 부르다보면 누군가의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날 것 같다. 사람도 모난 것보다 동그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편하다. 연필을 애지중지 여기면서 사용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지우고 다시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뭉툭한 연필이 편하다는 시인의 맘. 그래서 그럴까, 새것을 사용하는 것보다 좀 익숙한 연장을 사용하는 것이 맘에도 편하고 일도 잘 된다. (하재영 시인)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