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지 말았어야 했을 화살 1개가 서로마제국의 멸망을 앞당겼다. 훈족에 밀린 고트족은 로마제국 국경 쪽으로 이동, 로마제국에 정착을 시도했다. 서고트족의 우두머리는 로마 관료를 만나 로마 영토 내 정착을 요청했다. 로마는 "무기를 버린다면 받아들이겠다"면서 농사지을 기회가 없었던 서고트족에게 다음 수확기 까지 식량지원도 약속했다. 수 만 명의 병사를 포함, 서고트족 전체가 로마제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트족에 지급할 식량이 충분치 않다는 소문이 퍼져 서고트족은 식량약탈을 자행했다. 이 바람에 곳곳에서 로마군과 국지전이 벌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마 지도부는 서고트 지도부에 회담을 요청했다. 여기엔 회담을 핑계로 서고트 지도자들을 암살한 뒤 고트족을 노예로 삼기 위한 로마의 계략이 숨겨져 있었다. 그러나 로마의 암살시도 실패로 달아난 서고트족 지도자들은 동고트와 합세, 로마를 공격했다. 로마군과 고트족은 아드리아노플 근처에서 대치했다. 그러나 양측의 힘겨루기는 양측 모두 득보다 실이 많아 로마황제 발렌사는 화평을 위해 로마 대표단을 고트 진영으로 파견했다. 양측은 상대의 불의의 습격을 경계, 초긴장 상태에서 접근했다.

그 때 로마의 운명을 결정짓는 실수가 발생했다. 서고트 진영으로 다가가던 로마대표단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호위대의 한 병사가 화살 한 발을 고트족을 향해 쏘았다. 서고트족은 즉각 반격의 화살을 퍼부었다. 화살 한 발로 시작된 싸움은 대규모 전쟁으로 확전됐다. 이 전쟁에서 로마군은 4만 명이 전사, 패배했다. 이후 로마는 두 번 다시 이탈리아 이외 지역을 지배하지 못했다. 한 발의 화살 실수가 없었더라면 화평이 이뤄져 로마제국은 강국으로 더 오래 군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월호 유족 단식에 합세한 문재인 의원의 '단식헤프닝'은 로마 제국을 무너지게 한 '한 발의 화살 실수'를 떠올리게 한다. 대선후보를 지낸 정치지도자로서 처신이 너무 가볍고 무책임하다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다. 평상심을 잃은 문의원의 단식은 벼랑에 서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낭떠러지로 떠미는 중대한 정치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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