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송

필리핀 마닐라의 칼로오칸시는 필리핀에서도 대표적인 빈민가다.

우기가 되면 태풍과 폭우로 물바다가 되고, 주민들은 하루 벌이가 어려워 굶주림이 일상이 되어 버린 곳이다.

이곳에 '민들레 국수집'이 있다.

수도사 출신 서영남(61) 씨가 한국에서 지난 2003년 단돈 300만 원으로 시작한 민들레 국수집은 배고픈 이들에게 정성어린 밥을 대접하는 곳으로, 12년째 이어오며 방송에도 몇 차례 소개됐다.

그 민들레 국수집이 지난 4월 칼로오칸시에도 들어선 것이다.

KBS 1TV '인간극장'은 내달 1~5일 오전 7시50분 '필리핀으로 간 민들레 국수집'을 방송한다.

수도사 시절이던 1988년 필리핀으로 파견돼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힘들게 지냈던 서씨는 가난하지만 착한 마음씨를 가진 필리핀 사람들이 따뜻하게 대해 주었던 친절함을 잊지 못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필리핀에 도움을 줘야겠다고 결심했던 그는 마침내 지난 4월22일 칼로오칸시에 민들레 국수집을 열게 됐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철석같이 믿었던 운전수가 선금을 받고 갑자기 사라졌고, 집세며 장사 밑천을 도움 준 사람들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채 무기력하게 지내는 모습은 서씨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이제 서씨의 곁에는 새로운 가족이 많이 생겼다. 민들레 국수집 아이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가드 아이림, 낡은 기타를 치며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친구 마놀로, 어설픈 한국말이지만 유일하게 한국말로 소통할 수 있는 로베르토, 아이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고 틈틈이 한국어 공부를 하는 주방 아주머니들이 모두 민들레 국수집의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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