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위민정치로 세월호법 만들고 여야는 민생법안도 처리해야

제갈 태일 편집위원

한국정치는 물기가 없다.

팍팍하다 못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살기가 넘친다. 오죽하면 외신들이 우리정치를 '적개심에 불타는 화재현장'으로 비유했겠는가? 이른바 사막성 정치풍토가 만연한다.

야당 강경파들이 그 중심축이다. 여·야대표가 합의한 특별법만 두 번이나 퇴자를 놓았다. 그렇다면 협상은 왜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야당은 국회를 뛰쳐나가 농성장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단식투쟁을 했다. 문제를 풀어야할 국회의원이 사단(事端)만 키우고 있으니 멍청한 짓이다. 대선출마자까지 이런 표퓰리즘에 합세했다.

그들의 비토로 국회는 5월 이후 식물국회로 방치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만 90여건이 넘고 시급한 민생법안도 200건이 넘지만 아직까지 단 한건의 법안처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슨 염치로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챙기는지 모를 일이다. 입만 벙긋하면 국민을 위한다는 것이 이런 속내인지도 궁금해진다.

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이런 춘사는 절대로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문제점을 철저히 파헤쳐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는 취지다.

바로 그것이 국회의 소임이고 담당자는 국회의원들이다. 그런데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장본인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유족들의 요구에는 지나친 내용도 보인다. 비슷한 사건의 전례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사안도 있고 피해자 측이 수사권과 처벌권을 갖게 될 경우 형법의 기본체계를 흔드는 모순도 있다.

이처럼 국법을 흔드는 일에 야당이 동참해 단식하고 있다. 더구나 통합진보당, 친야 성향의 단체와 진보인사들도 가세해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반(反)정부 투쟁으로 몰고 가 국민을 황당하게 한다.

또한 세월호 유족들은 연일 농성하며 대통령의 면담과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은 국회의 고유권한이다. 이것은 대통령이 국회와 정당의 권위를 부정하라는 주문과 같다.

더구나 야당이 여·야와 유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대의민주주의에 어긋나고 입법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민심도 싸늘하게 식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분리해 민생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가 78.5%이고 반대는 16.5%이다.

야당의 지지도도 급락하고 있다. 며칠 전 한 여론조사에서 야당이 '잘하고 있다'는 답은 4.7%뿐이고 '못한다'는 답이 61.1%였다.

야당도 수권정당이 되려면 세월호 문제를 농성장이 아닌 국회에서 풀어내는 정치적 역량을 보여야 한다. 더구나 지금 여당이 유가족과의 직접 면담을 계기로 야당은 수권은 커녕 존립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멍청한 강경이 아니라 합리적인 위민정치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고 발등에 불인 민생법안도 처리해야 한다.

식물국회를 만든 장본인은 유권자를 능멸하는 오만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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