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턱밑에까지 황소울음은 또 차올라 와서

한 그루 생슬픔만으로도 충분히 숲을 이루고 남는 밤

하늘엔 별이 총총 땅엔 모래알 반짝반짝

동냥자루 어깨에 둘러메고 터덜터덜 가는 그림자

사자자리의 코앞을 지나가기도 하고

한 쪽 팔을 뻗쳐 위협하는 전갈자리도 지나고

밤마다 하늘까지 비럭질 나서는 사나이

땅에도 없는 복이 하늘에 간들 남아 있겠는가

붕어빵 장수 불빛으로 울음은 또 북받쳐 와서

<감상> '밤마다 하늘까지 비럭질 나서는 사나이'. 한 때 고호의 그림을 좋아했었다. 복사한 고호의 그림을 벽에 걸고 마주서서 영감(靈感)을 얻으려 했다. 살아생전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하고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던 고호. 그의 그림 제목 중에 '별이 빛나는 밤에'란 그림이 있다. 둥근 별들이 화폭을 채우고 있어 대낮에도 그것을 보면 별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고호뿐이 아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은 별을 사랑한다. 시인은 밤하늘 별을 보면서 동냥질을 한다. 시인의 무한한 상상력이 또 다른 시인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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