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사람 왕래 더 빈번, 안전 도모 최선의 방법은 예방통한 환경위생관리뿐

안영환 편집위원

외신이 전하기로는 치사율이 공포감을 자아내는 에볼라는 에이즈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고 진단하는 의학자들이 많은 듯 싶다. 우선 공기로 옮겨지거나 수인성 전염병이 아니라 에이즈처럼 체액이나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는 거다. 공기로 전염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없지는 않지만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에이즈는 1959년 당시 아프리카의 벨기에령 콩고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진 후 지금까지 3천900만여 명이 이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으로 사망해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에이즈가 아프리카의 침팬지가 숙주(宿主)인 것처럼 에볼라도 서아프리카의 여우 얼굴을 닮은 과일을 즐겨 먹는 큰 박쥐(fruit bats)에 기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박쥐가 어찌 여우를 닮았는지 과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본 영국의 탐험가는 '나는 여우(flying fox)'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해 지금까지도 통용되고 있다.

어두운 동굴 속을 나는 큰 박쥐가 교활하게도 여기저기 분비물을 묻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들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걸까. 동굴이고 어디고 돈에 눈이 뒤집혀 헤집고 다니는 사냥꾼이나 야생동물 도살자들을 매개체로 하여 치료약 무방비상태인 인간들에게 공포의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에이즈의 공포를 기억하고 있는 세계인들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선진국의 방역기관들은 공기와 물로 전염되지 않는 에볼라는 우선 '검역과 격리차단'만 철저히 하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하면서, 기존 말라리아와 폐결핵과 장티부스 및 콜레라 등으로 매일매일 숨지는 사람 수가 현재까지 에볼라로 죽은 자들의 총계보다 훨씬 많다고 강조한다. 일리가 없는 바는 아니나, 에이즈의 경우에도 1950년대 말 처음 확인됐을 때 환자의 격리가 완벽하고, 방역이 철저했더라면 세계적으로 그렇게 확산되지 않았을 뿐더러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천문학적 치료비와 신약 개발에 투입된 자본, 에이즈로 인한 글로벌 경제손실은 계산하기조차 어렵다. 에이즈 치료에 투입된 돈을 아프리카 등 최저개발지역의 보건위생과 생활수준향상에 쓸 수가 있었더라면 그 경제효과가 어떠했을까의 가정은 비전문가도 어렴풋하나마 가능하다.

물론 아프리카의 위생환경이나 글로벌 방역체계가 에이즈가 확산될 때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개선돼 오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위생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걸 상쇄할 정도로 또한 지구촌에서는 사람들의 왕래가 더 빈번해졌다. 서아프리카가 아주 먼 곳으로 생각하여 한국은 안전지대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공항과 항구에서 철저한 검역이 이뤄져야 하고, 의심환자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격리 수용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만사, 예방만큼 인간의 안전을 도모할 최선의 방법은 없다. 질병뿐이 아니라 동족상잔의 치욕적 6·25전란도 그랬었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도 그렇다. 예방에 실패했던 에이즈의 교훈이 어떻게 에볼라의 퇴치에 기여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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