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인 월트 휘트먼이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하던 중 어떤 사람을 만났다. 휘트먼은 20분 동안 자기 말만 계속했다. 그 사람은 한마디 대꾸도 없이 듣기만 하다가 헤어졌다. 휘트먼은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그 사람 머리가 참 좋군"친구가 의아해 하면서 휘트먼에게 물었다. "그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않았는데 어떻게 머리가 좋은 것을 알 수 있나?" "그 사람은 줄곧 내 말만 듣고 있었어. 남의 말을 그렇게 오래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힘드는 일이거든" 휘트먼의 말처럼 남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는 경청은 현명한 사람의 덕목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회사에 첫 출근 했을 때 선친인 이병철 회장은 '경청'이란 휘호를 아들에게 선물했다. 그 후 '경청'은 이건희 회장의 기업경영 좌우명이 됐다.

당나라 태종 치세의 요체도 경청이었다. 태종은 어느 날 신하들을 모아놓고 자신에게 쓴소리를 마다않았던 위징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는 3년 동안 200여 차례나 내게 간했는데, 그 모두를 짐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드라면 과인이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을 것이다. 자기를 죽이려 했던 사람을 받아들이고, 귀에 거슬리는 간언까지 받아들여 태평성대를 이룩한 당태종의 '경청정치'는 오늘의 정치인들도 배워야 할 치세술이다. 영어로 '듣는다'에는 '히어링(hearing)'과 '리스닝(listening)'이 있다. '히어링'이 귀에 들리는 소리를 듣고 그져 흘러보내는 수동적 경청이라면 '리스닝'은 집중적으로 정보를 분석, 뇌에 전달하는 능동적 경청이다.

우리 정치에 절실한 것은 '리스닝'이다. 이 땅에 왔다 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정한 대화는 공감하는 능력을 요구한다"면서 상대에 대한 인정과 화해를 당부하는 경청 소통 공감 공동체의식의 메시지를 남겼다. 소통의 핵심은 경청에 있다. 불통의 경색정국이 이어지는 것은 자기주장만 하고 상대방 의견에 귀를 닫는 외통정치 때문이다. 두 번이나 합의를 뒤엎고 장외투쟁까지 벌인 야당의 '귀머거리 정치'에 국민은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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