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업체에 맡기기도 하지만, 조상 산소 돌보는 일 보람 느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기다려져

김종한 수필가 상주문화회 관장

해마다 푹푹 쪄는 삼복더위가 지나 아침과 저녁에 시원한 바람이 불 때면 민족의 최대 대명절인 추석을 맞이하게 된다.

처서를 지나도 비가 잦고 후덥지근한 올해도 지난 주말 선친 산소에 집안 온 가족이 가서 깔끔하게 벌초를 하고 왔다.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천봉산' 뒤편 기슭이다.

오고 갈 때 왕복 1시간 거리로 산책 정도의 완만한 코스다. 명절이나 제사, 벌초할 때, 1년에 서 너 차례 가고 오는 길이지만 오 갈 때마다 등산 온 기분이다.

한적하고 아늑한 시골 길을 따라 냇가를 건너고 언덕을 지나 들길을 따라 산모퉁이를 돌면 오곡백과가 풍성하며 아늑하고 풍요로운 전원농촌 산야가 그림 같이 펼쳐진 풍경을 만끽 한다.

산길로 들어서면 엄마 품안 같은 흙냄새, 풀냄새, 꽃향기에 도취되고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주렁, 옥수수 울타리가 된 밭 안에 붉은 고추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매미 소리와 함께 새들이 햇살이 눈부신 흰 구름이 사이로 탁 트인 창공을 마음껏 나른다.

맑은 공기에 신록으로 물들은 푸른 산 을 바라보니 속이 후련하고 천지가 아름답다며 중얼거리며 감탄을 반복 한다.

온 가족 집안이 누가 시키고 말 안 해도 어른 키만큼 자란 무성하게 솟아난 잡초와 잡목을 예초기로 낫과 갈고리로 베고 끌고 정리 하면 한 나절도 안 되어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살갗도 타서 해수욕장에 다녀온 것 같이 붉게 거을린다.

옛말에 '력이 있을 젊을 때는 사서라도 고생 하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혹자는 돈을 주고 벌초대행업체에 맡기기도 한다지만 선친 조상 산소를 후손들이 직접 체험 해보니 보람도 있고 비록 몸은 디지만 마음은 왠지 가뿐하다.

일은 돈을 들여 하는 일이 있고 직접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소박한 진리를 일 깨우쳐 주는가 보다 인생살이가 풍파와 기복의 역경을 겪어야 생활력이 강해지듯이 어렵고 힘든 일도 가끔 자청해서 하면 한가하고 쉴 때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깨우쳐 준다.

건강증진과 자신 수련을 위해서는 가끔 의미 깊은 값진 노동은 보약과 같다. 내려오면서 맞은편 깊은 산골짜기 사찰에서 간간히 들리는 목탁소리에 속세의 온갖 잡념들을 잠시 있고 조상님의 생각과 명상에 잠기니 머리가 맑아지고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 진다.

집에 와서 씻고 가족과 집안이 오손 도손 모여서 밥 한 그릇, 술 한 잔을 오랜만에 권하며 추억속의 지난 빛바랜 옛이야기들을 꺼내어 나누며 음식을 먹으니 꿀맛 같고 사는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내년에도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땀 흘리며 또 한해를 회고하면서 좋은 일과 추억들을 만들어 이야기를 나눌 것을 다짐도 해 본다.

매년 '벌초 하는 날'은 가족과 집안 간 우애가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어 온 집안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 바라며 내년 이맘때가 오기를 자꾸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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