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大學)'에 '재취즉민산, 재산즉만취(財聚則民散, 財散則民聚)'라는 구절이 있다. '재물이 일부 상류층에 집중되면 백성은 흩어지고, 재물과 부가 아래로 흘러가면 백성이 하나로 뭉친다'는 것이다. 요즘 흔히 예기하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효과다. '넘쳐흐르는 물(대기업이나 부유층의 부의 증가)이 바닥을 적셔(중소기업이나 서민층도 부유하게 되는)' 골고루 행복한 사회가 돼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갈수록 서민의 생활이 팍팍해지고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서 사회갈등 또한 비례해서 증폭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통한 부의 균형과 분배는 정치적 이념이나 당의 입장을 떠나 국가체제를 유지 발전시키는 핵심 요소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이기도 하다. 헌법 119조2항에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민생을 팽개친 채 끝없이 대치하고 있는 정치 현실을 보면서 노자가 정치의 경지를 논하면서 최하급으로 친 '모지(侮之)'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모(侮)는 '업신여긴다'는 뜻으로 백성의 미움과 욕을 먹는 정치를 이르는 것이다.

노자는 최상의 정치를 '있다는 것조차 모르게 하는 것'(태상 부지유지(太上不知有之)이라 했고, 그 다음이 백성이 친근감을 느끼고 좋아하는 정치(기차 친이예지 基次 親而譽之), 그 다음은 백성을 겁먹게 하는 정치(기차외지 基次畏之)라 했다. 가장 낮은 수준이 '기차모지(基次侮之)'라 했다. 사마천도 가장 나쁜 정치를 '백성과 다투는 정치'라 했다.

경각을 다투는 '경제의 골든타임'이다. 곧 추석인데 세월호법과 민생·경제법안을 연계, 정기국회의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선다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크다. 이번 한가위에도 온 국민이 오히려 정치를 걱정하게 됐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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