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추석에는 이곳에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네요"
영주댐이 들어서는 영주시 평은면 금광2리에 사는 김중갑(96) 할머니는 이번이 정든 마을에서 보내는 마지막 추석이다.
인근 봉화에서 나고 자라 20살 되던 해 이 곳으로 시집 온 김 할머니는 지금껏 70년 넘게 시댁 조상을 모시면서 추석때면 정성껏 차롓상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몇 년 전 마을 앞에 댐이 들어서면서 시댁 어른들이 묻힌 산소를 옮기고 난 뒤부터는 추석 명절이 닥쳐도 옛날같지가 않다.
김 할머니는 댐에 물이 차오르기 전인 내년 봄에 인근 무섬마을에 사는 아들 집으로 옮길 계획이다.
예천에서 15살에 이 마을로 시집 온 김병기(86) 할머니도 70년을 살아 온 마을을 떠나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한다.
고등고시를 거쳐 고위공무원을 지낸 아들을 비롯해 3남 2녀의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 준 고마운 땅이지만 물에 잠긴다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일찌감치 영주시내에 있는 아들 집을 오가며 조금씩 이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정말 떠나는 날이 올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금광리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중앙선 열차가 서는 평은역 앞에 자리잡은 마을로 역과 마을 사이에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동네를 휘감고 돌아 '작은 하회마을'로도 불렸다.
안동 김씨와 인동 장씨 등 내로라하는 집안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이 마을은 많을 때는 100가구가 훨씬 넘었고 몇 년 전까지도 6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영주댐 건설이 시작된 뒤 하나 둘 마을을 떠나 지금은 20가구 정도 남아 있다.
올해 말 영주댐이 완공될 예정이어서 아무리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모두 마을을 떠나야 하지만 어머니 품과도 같은 마을을 떠나기가 못내 아쉬워 아직껏 이주를 미루고 있다.
마을 이장 장중덕(57)씨는 "이웃이 어려움에 처하면 자기 일처럼 나서는 등 마을 주민들이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올해 추석이 지나면 이제 영원히 송편을 같이 나눠먹지 못할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