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2년 연속 적조피해…“때늦은 주의보 피해 키워…현실적 대책 절실”

11일 오전 11시께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하정리 양식어민들의 시름 섞인 표정은 지난해 적조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양식장에서 죽은 물고기를 퍼내는 어민들은 누구의 관심이나 간섭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곧 출하를 앞둔 성어들이 떼로 죽어나가는 것을 보며 화나는 심정을 꾹꾹 누르는 기색도 역력했다.

굳어진 표정에서 금새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또한 이들의 절망감을 반영하듯 어깨도, 걸음걸이도 힘이 없었다.

이 시각 A축양장 물고기들도 해병대1사단 대원들에 의해 트럭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대원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쉴새없이 손을 놀렸지만, 죽은 강도다리 등 물고기는 계속 밀려나왔다.

이 양식장은 지난해 적조와 냉수대로 수천만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양식장 주인 박모(57)씨는 한해 적조가 지나가면 이듬해 적조 피해가 없었다는 경험으로 올해는 적조에 안심하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적조주의보가 발효된 10일 낮 12시30분 전까지 이상징후도 없었다.

그는 적조주의보가 발효된 직후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중단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바닷물 공급을 중단하면 물고기는 먹었던 밥을 토해낸다. 이 때문에 적조가 아니더라도 물이 오염되고, 수중 산소도 빨리 고갈돼 물고기 폐사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 양식어민들은 전날과 다름없이 평온한 날이 계속 될 것으로 예상하며 10일도 물고기를 배불리 먹였다.

때 늦은 적조주의보 발령에 물고기들의 폐사는 이미 예고 된 것이나 다름 없었던 셈이다.

양식어민의 하소연이 이어지는 사이 축양장 입구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앞서 현장을 찾은 시 공무원, 시의회 의원, 적조피해 양식어민 등 10여명이 얘기를 나누는 소리였다.

이들이 나누는 얘기의 핵심은 앞으로의 대안이었다. 자리에서 대형 바닷물 저장 물탱크, 여과기, 공동 취수관 등 각종 대안이 쏟아졌다.

이들은 1시간여 대화 끝에 대안들을 검토해 보겠다는 관계 공무원의 설명을 끝으로 모두 자리를 떳다.

양식어민 박씨는 "올해는 내 물고기들을 죽이지 않으리라 다짐, 또 다짐했었는데 결국은 1만여마리가 죽어나갔다"면서 "자연재해를 어떻게 인력으로 막을 수 있겠나"며 힘없는 웃음을 지었다.

적조 방제 총력전11일 포항 남구 구룡포 앞바다의 적조 피해 현장에서 경북도와 포항시, 포항해경이 합동으로 황토와 해수 살포작업이 한창이다. 이종현기자 salut@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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