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중국 중심 아닌 ‘환지구적 바다 무역길’로 봐야”

국제학술대회에서 인사말하는 김남일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

21세기 신해양 시대를 맞아 해양도시간 네트워크 구축과 해양을 통한 문화융성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해양실크로드를 학술적으로 재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가 22일 해양실크로드의 관문인 중국 광저우에서 열렸다.

경북도와 해양수산부, 한국해양대가 공동으로 진행중인 '2014 해양실크로드 글로벌 대장정' 사업의 일환으로'해양실크로드와 해항도시'란 주제로 이날 광저우 중산대학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는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가 주관하고 한국연구재단, 중산대학교, 광저우한국총영사관이 후원했다.

한국과 중국 해양실크로드 석학 11명이 한자리에 모여 해양실크로드와 해항도시의 역사, 문물, 한중교류에 관한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2014 해양실크로드 글로벌 대장정' 사업의 일환으로 22일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에서 '해양실크로드와 해항도시'란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가자들이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의 해양사 연구의 시조로 잘 알려진 시아먼(厦門)대학 양구어전(楊國楨) 교수가 '해양실크로드와 해양문화연구'라는 주제로 첫번째 기조강연을 했다.

양 교수는 인류의 해양 발전과정을 구역(區域) 해양시대, 글로벌 해양시대, 입체적 해양시대 등으로 구분하면서 "실크로드를 통해 해양 아시아의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날의 해양실크로드를 발전에 대한 각국의 노력은 일종의 문화적 선택이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기조강연에 나서는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정수일 소장은 '해상실크로드의 개념검토'라는 주제로 실크로드 연구에서 출발점이며 기조가 되는 주요한 몇 가지 개념문제에 관한 3국 학계의 상이한 인식을 비교분석하면서 "그 학문적 정론을 모색하고 나아가 문명은 전파성이란 근본속성에 의해 교류되는데, 그 과정은 일방주의적인 주입이나 강요가 아니라 서로의 필요에 따르는 수평적 선택으로 실현되고, 해상실크로드 상에서 진행된 교류가 바로 이를 증명해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주제발표에서는 '해양실크로드와 해항도시'라는 주제로 첫 번째 세션에는 중국 로동대학 류펑밍(劉鳳鳴) 교수가 '산동반도와 동방 해상실크로드', 동국대 윤명철 교수는 '신라인의 해항도시들과 해양 실크로드 상의 역할론', 중산대학의 위엔딩(袁丁) 교수는 '해양실크로드와 광저우'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두번째 '해양실크로드와 문물'이라는 세션에서는 심수만보의 양얼핑(梁二平) 편집장이 '해양실크로드와 해도', 집미(集美)대학의 최운봉 교수는 '해상실크로드와 선박', 광동성 사회과학원 리칭신(李慶新) 역사연구소장은 '해양실크로드 상의 남해1호>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세번째 세션에서는 '해양실크로드와 한·중교류'라는 주제로 산둥대학 천상승(陳尙勝) 교수가 '장보고와 황해실크로드', 한국해양대 김강식 교수의 '여송의 해상교역로와 활용', 중산대학의 웨이즈지앙(魏志江) 교수의 '고려시대 한중해상실크로드와 해양문화교류' 등 각 분야의 한·중 전문가들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2014해양실크로드 탐험대 첫 입항지 이자 해양실크로드 관문인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된 이날 학술대회는 해양실크로드 글로벌 대장정의 역사재조명 사업으로서 해양실크로드 역사·문화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그 학문적 기반을 마련하고, 나아가 한중 양국의 우호관계 구축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를 주관한 정문수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소장은 "해양 실크로드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신라시대를 중심으로 해양실크로드의 전모를 살표볼 수 있는 학술대회가 열린 것은 역사 속에서 우리 모두의 미래 발전을 찾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일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해양실크로드와 해항도시의 새로운 의미를 되새기고, 문명교류사의 대동맥 역할을 해 온 실크로드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21세기 신해양시대의 해양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는 등 실크로드학 정립의 학술적 기반을 마련해 글로벌 신실크로드를 여는 큰 꿈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6일 포항 영일항을 출발한 해양실크로드 탐험대는 한바다호 편으로 20일 광저우에 도착한 뒤 광동성박물관 방문과 해릉도 해상실크로드 박물관 신라 금관 기증식, 중산기념당 방문, 국제학술대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23일 다음 행선지인 베트남 다낭항으로 출발한다.

△해상실크로드는 중국 중심이 아닌 환지구적 무역로

해상 실크로드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로만이 아니라 '환(環) 지구적인 바다 무역길'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22일 경북도와 한국해양대학교 주최로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에서 열린 '해양실크로드와 해항도시' 국제학술대회에서 '해상실크로드의 개념 검토'라는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소장은 일본, 중국, 한국 학계에서는 실크로드를 동아시아, 서아시아, 유럽 및 북아프리카를 연결해온 '동서교통로의 총칭'으로, '바다의 실크로드'를 중국 광둥 부근에서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지나 홍해나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해로 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유라시아 국한론'이나 '중심론' 같은 진부한 통념이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3국에서는 실크로드 해석을 놓고 중국만을 중심으로 보는 일종의 중화중심론과 국한론의 발상 등에서 나온 각인각설, 편파성, 자가당착적인 혼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원로나 해로, 오아시스로를 따라 비단이 교류품의 주종으로 오간 것은 역사상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실크로드란 명칭이 고수돼 온 것은 유럽중심주의 문명사관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피력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카리브해에 도착한 데 이어 마젤란 일행이 1519∼1522년 스페인 남단→남미 남단→필리핀→인도양→아프리카 남단→스페인으로 이어지는 세계일주 항해를 함으로써 신대륙으로 가는 바닷길이 트이게 되면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필리핀 마닐라를 중간 기착지로 해서 중국의 비단이나 도자기를 중남미에 수출하고 중남미의 백은(白銀)을 아시아와 유럽에 수입하는 등 신·구 대륙 간에 '태평양 비단길'이 개척돼 '대범선 무역'이 진행된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정 소장은 지적했다.

이 '태평양 비단길'을 통해 고구마, 감자, 옥수수, 고추, 낙화생, 담배, 해바라기 등 신대륙 특산 농산물이 아시아와 유럽 각지로 유입된 것은 실크로드의 환지구적 통로단계에서 일어난 교류현상들이라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정 소장은 따라서 해상실크로드를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홍해, 아라비아해를 지나 인도양과 태평양 및 대서양에 이르는 광활한 해상에서 동서교역이 진행된 환지구적인 바닷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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