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상처를 더듬거나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누구에게나 오래된 독서네.

일터에서 돌아와 곤히 잠든 남편의 가슴에 맺힌 땀을

늙은 아내가 야윈 손으로 가만히 닦아 주는 것도

햇살 속에 앉아 먼저 간 할아버지를 기다려 보는

할머니의 그 잔주름 주름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도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독서 중 독서이기도 하네.

하루를 마치고 새색시와 새신랑이

부드러운 문장 같은 서로의 몸을 더듬다가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것도 독서 중 독서이네.

아내의 아픈 몸을 안마해 주면서 백 년 독서를 맹세하다

병든 문장으로 씌여진 아내여서 눈물 왈칵 쏟아지네.

<감상>기약이란 것, 영원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 때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신뢰할 수 없는 불성실 사회다. 이질적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맺은 이런 저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한 독서의 형태로 상대를 읽는 일은 즐거움이며 축복이다. 하지만 병든 문장이란 글에 마음이 아프다. 건강이 제일이란 말 그것 중요함을 다시 발견한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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