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而不仁(인이불인) 사람됨이 어질지 못하다면 예와 악을 어디에 쓸 것인가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유교는 예와 악을 바탕으로 수신과 정치를 하라는 가르침이다. 유교의 목표는 개인과 국가의 도덕적 완성이라 할 수 있겠는데, 개인의 도덕 완성을 수신修身이라 하고 국가의 도덕 완성을 치국治國이라 한다. 유교의 수신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정심공부正心工夫가 기본이고 치국은 백성을 잘살고 올바르게 하는 왕도정치王道政治가 표준이다.

그런데 심신을 수양하는 수신과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는 치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도구가 둘이 있으니, 바로 예절과 음악이다. 이 둘은 새의 두 나래, 수레의 두 바퀴와 같아서 서로 보완하면서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를 가능하게 한다. 예절의 기본은 공경이요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음악의 기본은 조화인데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예절은 남녀노소와 상하좌우를 구별 지어 엄숙한 가운데 질서를 지키게 하며, 음악은 남녀노소와 상하좌우를 화목하게 하여 화평한 가운데 모두를 조화롭게 한다. 예와 악은 방향이 다르지만,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광복절 행사는 예절에 속하는데, 애국가나 광복절 노래의 합창이 수반된다. 교향악단의 연주는 음악에 속하지만, 오케스트라 단원은 모두 제복을 입고 단정하게 정해진 위치에서 연주하는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예가 있는 곳에 악이 있고 악이 있는 곳에 예가 있다. 그런데 예와 악의 본질은 수신과 치국을 잘하는 데 있으며 수신과 치국의 본질은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있다. 인간의 마음을 바르게 하려면 먼저 그 마음이 어질어야 한다. 사람이 어질고 난 다음에 예악이 있는 것이다. <팔일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一.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예(禮)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이며

人而不仁 如禮何(인이불인 여례하)

二.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악(樂)을 가지고 무엇을 하리오?

人而不仁 如樂何(인이불인 여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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