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子不器(군자불기) 군자는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군자불기君子不器라! 군자는 그릇이 되어선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그릇이란 무언가를 담는 용도이다. 솥이 있고 밥그릇, 국그릇이 있으며 음식을 담는 쟁반이 있다. 물 끓이는 주전자가 있고 찻잔과 술잔도 있으며 변두나 호련과 같이 제사에 쓰이는 제기(祭器)도 있다. 그런데 밥그릇과 국그릇이 엄연히 다를 뿐 아니라, 비슷한 것 같은 커피 잔과 녹차 잔도 전혀 다르다. 다시 말해 그릇마다 각자 용도가 있어 다른 소용에 넘나들지 못한다.

그런데 군자는 재능보다는 덕성을 높이 여긴다. 군자를 이야기할 때 그 덕을 가지고 논하지 재능이나 기술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재능과 기술은 거기에 맞는 적성이 있고 전공이 있다. 이른바 전문직이요 기술자요 예술인이다. 그러나 군자는 한 가지 용도에 쓰이는 그릇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한두 가지 재능을 갖출 수는 있지만, 그의 참모습은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도량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 어려운 일을 돌파하는 결단력과 용기 같은 데 있다. 군자는 덕을 기르고 지혜를 닦으며 용기를 키운다. 어디든지 따스한 봄바람이 일어나게 하고 주위를 편안하게 한다.

또한 자기의 주장을 적게 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며 상대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탁월하다. 그리고 환경의 제약을 초월하는 안목과 용기를 갖추었다. 이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잘하고 난관을 돌파하며 큰일을 해낸다. 이것이 군자의 대략적인 모습이다. 그러므로 공자 왈, 군자는 그릇이 아니라고 했다. 군자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한다. <위정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一. 군자는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되느니라.

君子不器(군자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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