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래의 자지러진 가락에서 풀리어
물이 듣는 완곡한 대목에 이르듯
가을 바다는 있고나.
머리 위 은행잎들은
반짝이는 노릇만으로
시방 햇볕 쪽에 편 들고
가을 바다 쪽으로도 편 들어
꿈결 옆을 스치는데
내 속병 또한
은행잎 쪽으로도
가을 바다 쪽으로도
쏠리어 흔들려
소리하는 법 하나 배우고 있네
<감상> 가을바다가 펼치는 소리 한 마당에 푹 빠져 있는 박재삼 시인. 시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주옥같이 남긴 그의 시를 잊지 못하는 그의 고향 사람들은 그의 고향 사천에 그를 기리기 위한 '박재삼 문학관'을 세웠다. 얼마 전 그곳을 찾으며 문학관이 들어설 정도의 문학인이 있다는 것은 한 도시의 축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참 시를 예쁘고 멋지게 쓴 시인이다. (시인 하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