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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대 교수 양선규, "연오랑 세오녀 설화 근원은 공존과 평화"

8일 '제5회 연오랑 세오녀 국제세미나' 개최, '포항의 고대…인문학적 접근' 주제 기조연설

남현정기자 nhj@kyongbuk.co.kr 등록일 2014년09월30일 21시08분  

최근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SNS를 통해 '인문학 수프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 양선규 대구교대 교수가 포항을 찾는다. '포항의 고대…인문학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제5회 연오랑 세오녀 국제세미나' 기조연설자로 나서기 위해서다. 8일 오후 1시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릴 세미나에 앞서 양 교수를 만났다.

△ 삼국유사 속 '연오랑 세오녀'와 인문학의 만남은 조금 색다른 것 같다.

- 올해 연오랑 세오녀 국제세미나의 주제가 '포항의 고대…인문학적 접근'인 만큼 크게 보면 인문학의 이념과 일치하는 것 같아 기조연설자로 나설 마음을 먹었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의 시대적 의의와 가치'를 주제로 아주 오래 전부터 확인되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역사적 동기'에서 한일 양국에서 전승되는 '동일한 역사적 사실을 각자의 신화적 공간에 가두어 두는 행위'가 가지는 인문학적 의의와 가치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짚어볼 예정이다.

△ 삼국유사 속 '연오랑 세오녀'를 일반적으로 '설화' 또는 '신화'라고들 한다. 교수님 견해는 어떤가.

-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역사적 공간과 신화적 공간이 혼재되어 있는 이야기다. 한 쪽은 역사에, 다른 한 쪽은 신화에 자신의 몸을 매달고 있다.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보통 모종의 '기원(起源)'을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간적 배경'은 모호하게 처리돼 있다. 그 '모호함'의 정도가 깊어질수록 이야기의 비역사성, 신화성이 강화된다고 할 수 있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가 태양신 숭배와 건국 신화, 그리고 신권(神權)사회와 모계사회의 흔적 등을 담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부 신화학자나 문학연구가들은 그 이야기의 소략함으로 볼 때 이 이야기가 크게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임에 틀림 없다.

특히, 이 이야기가 두 개의 나라, 두 개의 민족에게 공유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신라와 왜는 시종 갈등관계를 유지한 동아시아의 핵심적인 국가였다. 역사적 사실들은 이 두 국가의 반목과 질시만을 보여줄 뿐이지만, 두 고대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하나의 이야기인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일종의 유대와 양보를 강조하는 평화담론이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신화와 역사, 어느 것 하나에 귀속시키는 일은 의미가 없다. 모든 기원에 관한 이야기들은 항상 역사이면서 신화다. 오이디푸스가 그렇고 예수가 그렇고 연오랑 세오녀가 그렇다. 그들로부터 새로운 세계가 열리면 그들은 기원이 된다. 역사가 아니면 허구일 테고 신화가 아니면 새로움이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역사적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임이 분명하지만, 그 내용상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는 신화적 서사로 볼 수 있다. 한 인물의 부재(不在)로 인해 '태양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현상'이 일어나고 신성한 제의(祭儀)로 그 자연과의 불화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별적인 사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물과 사건 그리고 배경이 세팅되는 구조가 중요하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 역시 왜 바다(海)인가, 왜 이별인가, 왜 태양인가, 왜 비단이고 제사인가 등의 화소(話素)들이 그 자체 개별적인 이야기 가치로만 해석돼서는 안 된다. 그것들이 이뤄내는 '구조'의 측면이 전체적인 시각에서 파악돼야 한다.

건국신화(토착세력과 이주세력간의 권력관계), 문화영웅신화(자연과 문화의 기원에 대한 탐구), 국토개발 역사의 이해, 태양숭배민족과 해양민족의 자기정체성 주장과 타협의 문제 등등의 주제들이 보다 포괄적인 관점 하에서 확장적으로(최대한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고찰돼야 할 것이다.

△ '연오랑 세오녀'를 '신화'로 본다면 그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구해야 하나?

- 사람들이 이야기를 꾸미는 동기를 근원적으로 볼 때, '세계와의 화해'를 위한 것이다. 1차적 자연이든, 2차적 자연이든 인간들에게 주어지는 환경은 언제나 당황스럽고 '끔찍한 것들'이었다(연오랑 세오녀 설화에서는 '해가 사라지는 현상'). 그것들은 모든 '예상'을 깨고 늘 '도적처럼' 닥쳤다. 이야기는 그 '끔찍함'을 넘어 일상의 평온을 회복하고자 하는 절박한 민중의 원망(遠望)을 반영한다.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가진 '우주, 세계, 환경'에 대해 숙고해 볼 것을 권한다. 태양이 사라진 세계란 것이 무엇인가? 지구 위에 발붙이고 사는 우리 인간에게 '태양과 같은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연오랑 세오녀'는 그런 것을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또한 우리 시대가 당면한 '관계의 재정립'에 대해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연오랑 세오녀'라는 신화적 서사의 주인공들을 이 시점에서 다시 불러세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공존과 평화, 유대와 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연오랑 세오녀 설화의 시대적 의의와 가치를 생각해 보는 행위는 곧바로 '새로운 연오랑 세오녀 설화 쓰기'에 닿는 일일 것이다.

대구교대 교수 양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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