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특수부대원 출신 미국인 살해하겠다" 협박 장면도 담겨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영국인 인질 앨런 헤닝(47)의 참수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IS가 다른 인질을 참수할 때 썼던 것과 같은 방식의 장면이 담긴 이 동영상은 이집트 현지시간으로 3일 밤 공개됐다.

문제의 동영상은 IS 대원이 지난해부터 인질로 억류 중인 미국인 자원봉사자 피터 캐식(26)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캐식은 미 육군 특수부대원 출신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으며 의병 제대한 후 2012년 레바논으로 건너가 시리아 국경 인근 병원에서 의료 보조원으로 일했다.

캐식의 부모에 따르면 그는 IS에 붙잡힌 뒤 이슬람교로 개종했으며 이름도 압둘 라흐만으로 개명했다.

영국 정부는 헤닝 참수 동영상이 조작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S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참수 희생자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트로프, 영국인 구호단체 직원 데이비드 헤인즈에 이어 4명으로 늘었다.

또 IS의 연계조직인 북아프리카 무장단체 '준드 알 칼리파'에 의해 참수된 바 프랑스인 산악가이드 에르베 구르델를 포함하면 참수 희생자는 모두 5명이다.

이번 영상에서 복면을 한 IS 무장 대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오바마, 당신은 샴스(시리아) 공습을 개시하면서 우리 국민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그래서 당신 국민의 목을 계속 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영국식 억양의 영어를 구사한 이 대원은 다른 외국인 인질들을 참수했던 인물과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동영상이 공개된 후 서방 국가들은 IS를 향한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낸 성명에서 "협력국을 비롯한 국제 연합전선과 단결해 ISIL(IS의 옛 이름)의 세력을 약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파괴할 수 있도록 결단력 있는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토안보·대테러 보좌관인 리사 모나코 전 미국 법무 차관보도 "IS는 그들의 잔혹함을 또다시 과시했다"고 비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헤닝 참수 동영상은 ISIL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역겨운 테러 집단인지 보여준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 살인자들을 뒤쫓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역시 성명을 내고 "대쉬(IS를 지칭하는 아랍어)가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에 분노를 느낀다"며 "프랑스는 이라크 당국을 포함, 테러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닝은 영국 그레이터 맨체스터주(州) 에클스에서 두 아이를 키우던 택시기사로, 지난해 12월 시리아 난민에게 의료물자를 전달하고 구급차를 운전하는 봉사활동에 나섰다가 IS에 납치됐다.

앞서 IS는 지난달 13일 영국인 헤인즈를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하고 다음 참수 대상으로 헤닝을 지목한 바 있다.

이에 영국에 있는 이슬람교도 지도자들과 앨런의 부인은 IS에 앨런을 석방하라고 촉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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