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일 오전 전격제안…정부, 긴급 NSC 개최후 동의

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등 북한 최고실세들의 4일 인천 방문은 북측의 전격적인 제안과 남북 양측간 조율, 방문 성사, 환담 및 오찬 회담, 행사 참석 후 귀환까지 불과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숨 가쁘게 진행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이 개천절인 3일 오전 인천에 머물고 있던 아시안게임 참가 북측 임원진을 통해 이번 방문 계획을 우리측에 알려오면서 상황은 시작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다음으로 북한 내 '쌍두마차'로 불리는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및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전례없는 북한 최고위층 일행의 집단 방문 의사에 청와대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가 긴급히 열렸다.

정부는 외교·안보 분야 장관(급)들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어진 장시간 논의를 거친 뒤 북측 대표단의 방문에 동의한다는 뜻을 같은 날 오후 북측에 전달했다.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던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의 인천 방문 건은 방문 당일인 4일 오전 통일부의 긴급 브리핑을 통해 공개됐다.

북한도 오전 9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며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조선인민군 차수 황병서 동지가 4일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다"면서 "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최룡해 동지, 김양건 동지가 동행했다"고 방남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오전 9시 평양을 출발한 황 총정치국장 등 북측 대표단 11명이 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전용기는 오전 9시52분께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북측 대표단은 마중을 나온 김남식 통일부 차관의 영접을 받은 뒤 인천시내 오크우드 호텔로 이동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 환담을 나눴다.

북측 대표단은 이어 오후 1시50분에서야 우리측 대표단과의 오찬회담 장소인 인천시청 인근 한식당 '영빈관'에 도착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우리측 대표단과 북측 대표단은 오후 3시40분까지 함께 식사를 하며 남북간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갔다.

북측은 회담에서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을 10월말∼11월초에 우리측이 원하는 시기에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관심의 대상이었던 박근혜 대통령 예방 건은 우리측이 '준비 용의' 입장을 전했으나 북측 대표단이 시간관계를 이유로 사실상 거부하는 바람에 불발됐다.

북측 대표단은 회담 이후 인천 구월동의 아시안게임 선수촌을 방문, 이에리사 촌장을 만나고 북한 숙소에서 남아 있는 선수들을 불러 모아 격려했다.

이들은 선수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 오후 6시께 폐막식이 열리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으로 출발해 정홍원 국무총리와 여야 의원들을 잇따라 만난 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장관 등과 함께 폐막식을 참관했다.

이어 북측 대표단은 정 총리 등 우리 대표단을 다시 만나 작별인사를 전한 뒤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탄 비행기가 오후 10시25분께 인천공항을 이륙하면서 사실상 전례없던 북한 최고위급 일행의 집단 방남 일정은 12시간30분 가까이 만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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