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TV "정부비행대 비행기로 인천행"…지난 5월 김정은 부부 탔던 기종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 차 4일 남측을 방문한 북측 대표단이 자체 경호원을 대동하고 '김정은 전용기'를 이용하는 등 이전 북측 사절단과 달리 '최고 실세'로서의 위상을 과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왼쪽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얼굴이 그려진 배지를 단 자체 경호원들의 수행을 받으며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장한 체격에 감색 양복 차림을 한 경호원들은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 상황을 시시각각 예의 주시했다.

북한 대표단은 공항을 빠져나와 인천의 오찬장으로 이동하는 내내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이동했다. 경호원들은 특히 공식적인 '권력 2인자' 황병서 주변에 집중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남측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자체 경호원의 경호를 받는 모습은 지금까지 다른 북측 사절단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북측이 자체 경호원을 대동한 것은 남측이 사전에 준비를 충분히 할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는 이번 방문인 만큼 자칫 발생할지도 모를 만일의 사태에 스스로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대표단에는 황병서·최룡해 등 사실상 북한 최고위층이 포함된 만큼 북한 당국이 그 위상에 적합한 예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은 북한 내부에서 평소 2명의 경호원으로부터 수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황병서는 장소를 옮길 때마다 최룡해·김양건에 앞서 이동해 대표단을 이끌었고 기자들의 질문에 반응을 보였던 최룡해·김양건과 달리 경호원에 둘러싸여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해 대표단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양건 비서가 오찬장에서 "총정치국장 동지의 승인을 받아서 간단히 말하겠다"고 말한 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인사에 화답한 것도 황병서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북한 대표단이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용했던 '전용기'를 타고 온 점도 관심을 끈다.

대표단이 타고 온 비행기는 꼬리 날개와 몸통 중앙 부분에 인공기 문양이 그려진 흰색 비행기로 기체 앞부분 창문 윗부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 있다.

김 제1위원장 부부는 지난 5월 이번 대표단이 타고 온 비행기와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비행기(러시아제 IL-62로 추정)를 타고 공군 지휘관들의 전투비행기술 경기대회 참관한 바 있다.

현재 김정은 전용기는 2대로 북한 최고위층도 이 전용기를 종종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오늘 북한 대표단이 타고 온 것은 2대의 김정은 전용기 중 하나"라며 "둘 중 하나는 수행원이 많을 때 쓰는 큰 것이고 하나는 작은 것인데 오늘 타고 온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3시 보도에서 대표단이 "정부비행대 비행기로 인천을 향해 평양 비행장을 출발했다"고 전하며 이 전용기가 '정부비행대' 소속이라는 점을 밝혔다.

정부비행대는 이번에 처음 공식 매체에 등장한 조직으로 최고지도자 전용기를 포함해 주요 간부들이 공식 업무 수행을 위해 사용하는 비행기를 관리·운행하는 곳으로 보인다.

북한 정부는 김정은 전용기를 제외하고 주요 간부들이 이용하는 20여대의 일반 비행기를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대표단에 일반 비행기가 아닌 김정은 전용기를 내준 것은 대표단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부각함과 동시에 이들에게 최고 예우를 갖춰 '특사'로서의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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