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선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경도 과장…청소년들 수면 부족시 신체성장·집중력·기억력 저하

포항선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경도 과장

 

청소년 시절에 일찍 자라는 부모님 말씀을 거스르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플래시를 켜고 밤늦도록 책을 읽었던 경험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요즘은 더 이상 그렇게 책을 읽느라 못 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따로 생겼다. 너무나 편리한 스마트폰 덕분에 밤이면 밤마다 방송, 영화, 신문, 독서, 게임 등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편리함은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하는 법이라서, 스마트폰으로 대체된 현대인의 생활습관은 그동안 사람들이 겪어 왔던 수면장애를 현격하게 변질시키고 있다. 특히 충분한 수면이 필수적인 청소년들에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초래하고 있어서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개인마다 수면 요구량은 다를 수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최소 7~8시간 이상, 그리고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9시간 이상의 수면 시간이 추천되고 있다. 추천 수면시간만큼 못 자는 경우에는 체중 증가, 심장 발작, 당뇨, 암의 발생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수면 부족에 시달릴 경우에는 신체 성장의 둔화와 함께 집중력과 기억력 등의 전반적 학습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가 수면을 방해하는 기전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 하나는 LED 화면에서 나오는 밝은 빛이 눈을 통해 뇌를 자극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저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며 24시간 간격으로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으로서, 낮에는 햇빛으로 인해 분비가 억제되다가 밤에 분비가 증가되면서 수면을 유도하게 되는데, 스마트폰의 밝은 빛이 마치 햇빛처럼 작용을 해 멜라토닌 분비를 막는 것이다. 하버드 의대 수면센터의 오페 벅스턴 박사에 의하면 스마트폰으로 인한 각성 효과는 마치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위협받을 때의 각성 수준과 비슷하다고 했으니, 수면을 방해하는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파랑색 파장이 특히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파장이 짧은 파랑색과 보라색 계열의 빛은 장기간 노출 시 망막에도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오랜 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스마트폰 사용이 청소년들의 건강과 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을 미리 인식한 일본과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학교 내 스마트폰 소지를 법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일본의 한 지자체가 밤 10시 이후로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키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우리도 경기도와 전북 교육청이 초중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수면을 통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9시 등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과다 사용의 문제에 대한 대비가 없으면 수면시간을 늘리는 효과 보다는, 더 늦은 시간까지 스마트폰을 만지며 깨어 있도록 조장하는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스마트폰에 의한 수면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밤 10시 이후로는 온 가족이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고 침실로 스마트폰을 가지고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며, 밤 동안 충전하는 것도 침실 말고 거실이나 다른 장소에서 하도록 하며, 알람기능도 스마트폰 보다는 차라리 자명종 시계를 사용해 가능한 스마트폰 접촉 기회를 최소화해야 하고, 메신저 등의 알림 음도 진동이나 무음상태로 설정해 두어 밤에 울리는 소리 때문에 깨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밤에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는 화면 밝기를 가장 어둡게 조절하고 눈과 폰의 간격을 최소한 30㎝ 이상 유지하면서 보는 것이 그나마 수면에 대한 방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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