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이우환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가 194만4천달러에 낙찰됐다. 당시 국내 작가의 해외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이화백의 그림값이 3배 가량 뛰어올라 화상(畵商)들이 혈안이었다. 호주머니에 돈푼께나 있다는 콜렉터들도 이 화백의 그림 수집에 열을 올렸다. 당시 이같은 현상을 본 이 화백은 "내 작품을 사려는 사람들은 투기가 목적이지 진짜 내 그림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한국에서 더 이상 전시도, 판매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뛰어넘은 현대미술의 거장, 일본 모노파(物派)의 창시자로 알려진 이우환의 작품이 다시 화제다.

지난 3년간 세계 미술경매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된 작가 47위에 이름이 올렸다. 세계적 귀위의 미술매체 아트넷이 집계, 발표한 '생존작가 톱 100'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우환의 작품은 274차례 경매됐고, 낙찰 총액이 3천766달러(약 401억원)나 된다.

대구시의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을 놓고 왈가왈부, 말이 많은데 또 그림값 얘기가 돌아서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지 않을 지 걱정이다. 대구시가 잡아 놓은 작품 구매가 100억원으로 이우환의 작품을 몇 작품이나 미술관에 들여놓을 수 있을 지 모를 일이다. 최근 막대한 사업비 때문에 대구시가 건립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데 예술품에 대한 투자는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긴 안목을 갖고 세계적인 명성의 작가를 주제로 하는 미술관 하나 쯤 도시에 두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와유강산(臥遊江山), 산수화를 즐기는 멋을 이르는 말이다. 비스듬히 누워서 그림 속 강산에 노닐어도 산천경계를 찾아간 듯 마음이 맑아지고 여유로운 경지를 느낄 수 있다는 뜻으로 그림의 진정한 존재 이유를 밝힌 말이기도 하다. 그림 그 자체로 즐긴다는 것은 빈말이 된지 오래지만 이왕 짓기로 마음 먹었으니 작가와 원만하게 협의해서 세계인들이 찾을 미술관을 대구에 건립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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