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이 살아있는 것도 경제·문화가 빛나는 것도 바탕은 한글임을 깨달아야

김일광 동화작가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스무고개라는 놀이가 있었다. 문제를 가운데 두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 정보를 나누었다.

10월, 절기가 절기인 만큼 스무고개 놀이를 재미삼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첫째 고개, 문자인데, 세계 언어학자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마지않는 문자는 무엇일까?

작가 펄 벅이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글자라며 칭송한 문자. 메릴랜드대학 교수인 로버트 램지가 세계에서 이 문자보다 뛰어난 문자는 없다. 그야말로 세계의 알파벳이라며 높이 평가한 문자. 함부르크 대학 교수 베르너 사세가 하늘과 땅, 인간을 바탕으로 전통 철학과 과학 이론이 결합한 세계 최고라고 말했던 심오한 매력의 문자. 영국의 제프리 샘슨 리스대학 교수가 인류가 이룬 가장 위대한 이지의 성취 가운데 하나라고 일컬은 문자. 우메다 히로유키 도쿄 외국어대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음소문자이자 로마문자보다 차원 높다는 문자. 에드윈 라이샤워 하버드대 교수가 말한 세계 어느 나라의 문자에서도 볼 수 없는 과학적 표기 체계를 갖춘 음소문자. 서울대학교 대출도서 1위인 '총, 균, 쇠'를 통해 인종주의적 이론의 허구를 파헤친 재러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바로 이 책 서문에서 한국인의 창조성과 천재성에 대한 위대한 기념비라고 말한 문자. 이처럼 많은 지식인들이 세계 공통어였으면 참 좋겠다고 한 이 문자는 무엇일까?

스무 고개가 여기서 그치면 재미가 덜하다. 불과 24개 기본 글자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으며 소문자, 대문자, 필기체, 인쇄체가 따로 없는 문자. 유네스코는 이를 기록문화 유산으로 등재했으며, 언어의 다양성과 정보 이용의 공평성을 높이기 위한 운동인 '바벨계획'에서 소수민족의 문화들이 기록 없이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용을 제안한 문자. 세종대왕상을 만들어 인류의 문맹률을 낮추는데 기여한 단체나 개인에게 수여하는 계기가 된 문자이기도 하다.

영국 옥스퍼드 언어학 대학에서는 세계 모든 문자를 합리성, 독창성, 과학성 등을 기준으로 순위를 정하여 진열해 두었는데 가장 앞에 놓인 문자. 마치 21세기 정보 통신 시대를 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기계적 친화력이 뛰어나서 빌 게이츠가 한때 컴퓨터 문자로 고려했던 문자. 위안스카이가 한자의 어려움 때문에 중국의 국어로 정하려고 했던 문자. 세계문자 중에서 만든 사람과 반포일, 창제원리를 아는 문자. 세계문자올림픽에서 가장 쓰고 배우기 쉽고,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어서 금메달을 차지한 문자.

이처럼 세계인이 우수성을 인정하고 찬사를 보내는데 정작 그 나라에서는 홀대를 받으며, 마구 줄이고 구겨지는 문자. 창제일이 공휴일에서 빠졌다가 지난해부터 간신히 재지정된 바로 이 문자는 무엇일까? 이미 아시겠지만 한글이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우리 민족이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우리의 경제와 문화가 찬란히 빛을 드러낼 수 있는 그 바탕은 바로 한글임을 다시 깨달아야 하겠다. 한글날은 그냥 쉬는 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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