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으스레 탐스런

감이 가을 비를 맞는다

내리는 비는 단비 구름이

거치고 따스한 햇볕이 쬐이면

홍시는 익고 내 창문은 붉게 탄다.

<감상>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柚子)ㅣ 아니라도 품음즉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 새 그를?설워하노라.' 조선 중기 영천 출신의 박인로가 지은 시다. 부모 살아 계실 때 효도 하라는 내용의 이 시조를 '홍시'란 제목 때문에 떠올려 보면서 웅얼거려 본다. 어린 시절, 새벽 일찍 일어나 감나무 밑으로 달려가 홍시를 줍던 때도 있었다. 붉은 색깔의 홍시는 일품의 간식이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괜스레 맘이 설렌다. 홍시 익는 가을이다. 창 밖에 감나무 한 그루 심고 그 감나무에 달린 홍시를 바라보며 가을을 완상하는 것도 꽤나 멋진 운치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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