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에 대패한 원소는 울화병으로 죽었다. 죽기직전 원소는 막내아들 원상을 자신의 뒤를 이어 대사마장군에 임명했다. 기세가 등등해진 조조는 원소의 아들들을 토벌하여 단숨에 하북을 평정하려 했다. 조조군은 네 갈래로 나누어 원상, 원담, 원희 등 원소 아들들이 지키는 성을 공격했으나 쉽게 함락되지 않았다.

이 때 조조 휘하의 모사 곽가가 한 가지 계책을 올렸다. "원소는 큰아들이 아닌 막내를 자기 뒤를 잇게 했기 때문에 형제들이 각자 권력을 나누어 가진 채 패거리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두르시면 오히려 그들이 힘을 합칠 것이지만 느긋하게 관망하시면 조만간 권력투쟁을 위해 서로 싸우게 될 것입니다. 차라리 군대를 형주 쪽으로 돌려 유표를 치면서 원씨 형제 사이에 모종의 변화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단숨에 평정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조조가 곽가의 계획에 따라 철군하자 마자 맏아들 원담은 원상의 계승권을 빼앗기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골육상잔의 내부 모순이 터졌던 것이다. 원상에게 밀린 원담은 조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조조는 드디어 때가 왔다고 판단, 곧장 군대를 이끌고 가 원담을 죽이고 원상과 원희를 물리쳐 순식간에 화북을 손아귀에 넣었다.

조조는 곽가의 '격안관화(隔岸觀火; 강 건너 불구경)의 전략으로 화북을 손쉽게 차지했다. 그 후 요동으로 도망친 원희와 원상마저 '격안관화'의 전법에 의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적의 내부 모순이 격화돼 혼란이 생겨 그 모순이 폭발하기를 기다리는 '격안관화'의 계책을 시행할 땐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적이 내부에서 서로 등을 돌리고 으르릉대 자멸할 때까지 섣불리 달려들지 말아야 한다. 잘못했다가는 적으로 하여금 일치단결해서 맞서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한발 물러서 불구경만 하는 것이 '불난 집에 부채질'이 될 수도 있다.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국회를 내동댕이쳤던 야당에 대한 박대통령의 질타는 당연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두고 보는 '격안관화'고 좋은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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