修己安人(수기안인) 자신을 닦아 남을 편안하게 하라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자로가 군자에 관하여 질문하고 공자가 답하는 대화편인데, 자로의 물음은 당돌하고 공자의 답변은 간략하면서도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다. 첫째, 군자란 매사에 경건히 하면서 수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경스러움으로써 자기 몸을 닦으라는 말씀은 자로에게는 너무나 단순하고 평범한 답이었기에, "군자의 자격요건이 겨우 이것뿐입니까" 하고 되물었던 것이다. 이 당돌한 제자의 물음에, 공자는 친절하게도 "자기 몸을 닦고 남을 평안하게 해주느니라"라며 답해주었다.

수기안인! 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부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말인가? 군자는 멀리서 보면 우러러볼 만하며 가까이에서 마주 대하면 싫증이 나지 않는다 하였다. 아무리 오래 함께 있어도 마냥 편안하고 싫증이 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

똑똑한 사람보다 편안한 사람이 더 좋은 법이다. 군자는 주위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덕성을 가지고 있다. 경을 통한 정성스런 수양으로 좋은 성격을 만들어, 자기와 만나는 사람들을 평안하게 해주라는 충언이다. 그러나 자로는 다시 더 높은 단계를 요구하였다. 그러자 공자는 몸을 닦아 만백성을 평안하게 하는 것인데, 이 치국·평천하의 도는 저 성군이라는 요·순임금도 힘들어하였다고 잘라 답하였다. <헌문편>

一. 자로가 군자에 관해 물었다.

子路問君子(자로문군자)

二.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경(敬)으로써 몸을 닦느니라.

子曰 修己以敬(자왈 수기이경)

三. 자로가 묻기를, 그렇게만 하면 됩니까?

曰 如斯而已乎(왈 여사이이호)

四.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몸을 닦고 사람을 평안하게 해주느니라.

曰 修己以安人(왈 수기이안인)

五. 자로가 묻기를, 이것이면 다입니까?

曰 如斯而已乎(왈 여자이이호)

六.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몸을 닦고 백성을 평안하게 해주는 것이니, 이것은 요임금 순임금도 힘이 들어 병통으로 여겼느니라.

曰 修己以安百姓 堯舜其猶病諸(왈 수기이안백성 요순기유병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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