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와 섞어 쓰는 우리말, 기지를 발휘한 듯 보이지만 우리말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김찬곤 경북과학대학 교수

한글날 즈음에는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자는 각별한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쏟아진다. 모두 한글에 대한 긍지와 자랑스러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정작 그 올바른 사용에 대한 구체적 지적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편이다. 그런데 최근 어느 단체에서 "우리말을 이대로 두어도 괜찮겠습니까?"라는 제목으로 국내 유수일간지에 한글사랑 광고를 내어 세간의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고, 그 뜻에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서울대학교 지질학과 62학번 일동'으로 밝힌 그들의 주장은 대개 이렇다. 우선 우리말을 토씨에 불과한 듯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하였다. 그 예로 "레드썬에서 마인드 디자인하세요"라든지, "쉐이빙을 멈추고 프로 글라이딩하라"는 표현을 들었다. 또 아무리 줄여 쓰고 싶다 해도 삼가야 하는 것과, 자신의 느낌을 확신없는 어미를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요일을 '욜'로, 내일을 '낼'로 한다든지, 자신의 기분을 이야기 하면서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표현하는 것을 그 예로 들었다. 존댓말을 마구잡이로 쓰는 것이나 앞뒤의 내용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을 연결하는 것도 문제로 제기하였다. 합이 3천원이라는 뜻을 "3천원이시고요"라든지 "충남의 날씨는 쾌청인데 전북의 평균기온은 15도다"를 그 사례로 들었다. 미디어의 잘못을 지적하는 대목도 있었다. '행복하다'는 형용사이기 때문에 명령형으로 할 수 없음에도 여기저기서 무분별하게 "행복하세요"라고 쓰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특히 우리말을 외국어와 섞어 쓰는 것을 경계했다. 엄청난 기지를 발휘한 듯 보이지만 결국은 우리말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적극 동감하였다. 날씨를 '날see'로, 나트륨을 줄여 건강을 챙기자는 취지의 표현을 '나트륨 줄이Go, 건강 올리Go'로, '벤처 창Up, 청년 취Up'표현 등을 그 예로 지적하였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특별한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어떤 음식의 광고를 위해서나 출판물의 촬영하기 위하여 요리를 하는 사람을 '푸드스타일리스트'로만 표현한다든지,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 계약으로 신문이나 잡지 등에 실을 사진작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프리랜서포토저널리스트'라고 굳이 표현한다든지, 인생설계사를 '라이프디자이너'로만 나타내는 것이 그 증거다. 그들의 직업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직업을 우리말로 표현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원룸은 곧 단 하나의 방(단칸방)인데, '단칸방'이라고 표현함은 왠지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고 원룸은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사회분위기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밀크가 우유보다는 좀 더 고급스럽고 품질이 좋을 것이라는 반응에 대한 냉정한 점검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위 단체가 스스로의 뜻으로 펼치는 우리말 사랑은 말로만 하는 잔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히 느껴진다. 우리말 사랑을 "나부터 실천하자"는 호소는 그래서 더욱 진정성이 돋보인다. 우리말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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