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디를 향하는가, 인생오계를 잘 준비해서 행복한 인생의 가을을 맞자

김기포 기계중앙교회 목사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열정의 여름은 인생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이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가을이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우리는 가을의 문턱에서 인생의 의미를 새겨야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가?

중국 송(宋)나라에 주신중(朱新仲)이라는 학자가 유배지에서 명상했다는 인생오계(人生五計)론이 있다. 사람들은 한평생 살아가면서 다섯가지의 계획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

첫째는 생계(生計)다.

생계는 먹고사는 문제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이것은 가장 기초적인 문제로서 직업에 관한 문제다. 인생을 살면서 노년이 돼도 일이 있고 취미가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최근 노인을 대상으로 노후생활을 위한 한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91개국가 중에서 한국의 노후소득 수준이 90위 최하위권 이었고 건강은 8위를 차지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노후가 준비가 안 된 국가지만 건강은 가장 좋은 상태로 나왔다. 이것은 노후의 삶이 균형 잡혀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는 신계(身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한 관리와 계획이다. 우리 몸은 일주일에 4일 이상 적당한 양의 운동을 해야 한다. 과로와 과음과 과식은 하나님도 책임 못진다고 한다. 노년이 될수록 느리게 살아야 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셋째는 가계(家計)다.

우리나라 말에 '가화만사성'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라는 말이 있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되고 큰 일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정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부모를 공경하고 부부관계가 화목하고 내 아이들이 이 땅에서 덕을 쌓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넷째는 노계(老計)다.

노계는 노후관리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은퇴 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 노후에 어떤 취미를 가질 것인가? 문제는 노후는 젊어서부터 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노년의 삶은 그가 젊었을 때 어떤 자세로 살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 노년은 느낌이 있고 울림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것을 비워야 한다. 북이 크게 울리는 것은 속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노년의 욕심은 노추(老醜)라고 비판받는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겸 저술가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라는 저서에선 유년기의 연약함, 청년기의 격렬함, 중년기의 장중함을 거쳐 오랜 항해 뒤 마침내 항구에 들어서는 배처럼 노년엔 원숙함이 자연스럽게 풍겨난다고 인생을 묘사하고 있다.

다섯번째는 사계(死計)다.

사계는 죽음에 관한 문제다.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떻게 영원히 사는가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결국 죽는다. 이 땅에서 뿐 아니라 저 천국에서 영원히 사는 길을 준비해야 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나는 과연 어떤 이름을 남기고 있는가? 가을이다. 단풍이 절정을 향해 오색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우리도 인생 오계를 잘 준비해서 행복한 인생의 가을을 맞이하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