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주나라에 갔을 때 노자에게 예에 대해 물었다. 노자는 "그대가 하는 말은 그 말을 했던 사람과 뼈는 이미 썩었고 그 말만 남아 있는 것이오. 게다가 군자는 때를 얻으면 수레를 타고, 때를 얻지 못하면 남루한 모습으로 다니는 법이오. …그대는 교만한 기운과 많은 욕심, 모양 내려는 기색과 넘쳐흐르는 뜻을 버리시오. 이는 모두 그대 자신에게 무익할 뿐이오."라고 말한다. 공자는 물러나서 제자에게 "달리는 놈은 올가미로 잡을 수 있고, 헤엄치는 놈은 낚시로 잡을 수 있으며, 나는 놈은 주살로 잡을 수 있다. 용에 대해서는 나는 그것이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나는 오늘 노자를 만났는데 그는 마치 용과 같구나!"라고 말했다. 공자가 노자에게 예에 대해 물었는데 이 때 예는 단순히 예의범절이 아니라 어지러운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회문화적 통치철학을 의미하는 것이다. 도를 도라고 하면 이미 항상의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라 일갈했던 노자의 비범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같은 두 사람의 만남과 사상적 배경까지 고스란히 조각으로 담아낸 중국 조각가 우웨이산(吳爲山)의 '공자, 노자에게 도를 묻다'가 포항시립미술관 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저절로 '아하'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이 전시는 시립미술관이 개관 5주년을 기념해서 여는 '문심주혼(文心鑄魂; 시인의 마음으로 영혼을 주조한다)'특별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가와 중국의 자존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우웨이산은 중국 화가 치바이스(齊白石)를 다빈치와 같은 위치에 서게 하고, 천칭 위에 무게를 달듯한 작품에서도 조금도 기울지 않게 올려 놓았다. 치바이스(齊白石)는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 닮은 것은 세속에 아첨해 따라가는 것이고, 닮지 않은 것은 세상을 속이는 것이니, 그 오묘함은 닮은 것과 닮지 않은 것 사이에 있다(太似則媚俗 不似則欺世 妙在似輿不似之間)"고 말했다. 오늘 개막하는 이 전시회는 중국의 역사 인물과 도산 안창호, 청암 박태준 상 등 역사적 인물과 그가 처했던 당대의 시대정신, 그 인물의 고뇌를 한 덩어리의 실체로 보여준다. 이 가을에 꼭 관람해야 할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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