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에 묶여

발자국도 잃어버린 사람

 

그 사람 당신이신가

 

나무 그늘을 밝히며

오늘은

배롱나무 향기로

시월을 걷고 있습니다

<감상> 향기(香氣)를 담뿍 끌어안고 시월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결실의 가을, 낙엽 떨어지는 가을, 쓸쓸한 가을, 먼 곳 바라보는 가을, 파한 하늘이 있는 가을, 가을이 강물처럼 졸졸 소리를 내며 우리 곁에 흐르고 있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시간을 보내다보면 또 다른 계절 겨울이 우리 앞에 조용히 머물 것이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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