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衣惡食 (악의악식) 거친 옷과 거친 음식, 도는 가난에서 찾아진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도에 뜻을 둔 선비가 나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러워한다면 더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 도는 절대적인 가치이자 우주의 근본원리이므로 숭고하며 깊고 크다. 이를 구하고 터득하기 위해 공부함에는 그야말로 발분망식發憤忘食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발분망식이란 공자의 이야기로서 소년시절 도를 알기 위하여 분발하여 밥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었다는 고사에서 나왔다. 도란, 책을 많이 읽는다고 알아지거나 명상을 오래 하였다고 깨달아지는 게 아니다.

도에 뜻을 두고 노력하는 사람을 선비라고 부르거니와, 도에 뜻을 두고서도 자신의 옷이 누추하다고 친구들에게 부끄러워하며 값싸고 거친 음식 먹는 것을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한다면 선비라 할 수 없다. 근면하고 검소한데도 가난한 것은 천명이요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크나큰 도에 뜻을 두었다면, 신변잡사나 자신의 용모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 아니, 자연히 그렇게 된다. 그런데도 옷차림에 신경을 써 보잘것없는 차림새를 부끄러워한다면 옳은 선비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도를 닦는 사람은 오히려 의복과 음식에 아름다움을 멀리하여 눈과 혀를 향한 유혹을 끊어야 한다. 도는 흔히 추위와 가난에서 나온다. <이인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一. 선비가 도에 뜻을 두고서도

士志於道(사지어도)

二. 나쁜 옷, 나쁜 음식을 수치스러워 한다면

而恥惡衣惡食者(이치악의악식자)

三. 더불어 이야기할 것이 없다.

未足與議也(미족여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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