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의 바른 언어 사용이 청소년 비속어·은어 사용 막는 우리말 지키는 가장 빠른 길

박지학 칼럼니스트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28년(1446년) 9월 훈민정음이 완성되었다. 이때는 주로 한문을 이용하여 말과 글이 달라 일반 백성들이 그 뜻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여'훈민정음(訓民正音)'을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음력 9월 마지막 날인 29일을 제정일로 삼아 1926년 11월 4일(음력9월29일) 조선어 연구회는 훈민정음 480주년기념식을 갖고 이 날을 '가갸날'로 정하였다가, 1932년부터 양력으로 환산해 9월 29일로 기념하던 한글날이 10월 9일로 바뀐 것은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이 발견되면서부터 오늘에 이르렀다.

거리에서 간판들을 보면 우리말 간판, 한자 간판, 영문 간판,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간판,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쓴 간판, 한자와 한글을 섞어 쓴 간판들이 온 건물을 덮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기관장과 회사 책임자들은"우리말로 하면 어딘가 촌스럽다, 그래도 영어로 명칭을 달아야 국제화 시대에 걸맞는 것 같아서"또는 "남들이 그렇게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한글을 영어로 표기하거나 영어를 한글로 표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중국을 다녀보면 조선족 지역은 한문과 한글을 병행하여 표기하듯이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글자를 병기하여 누구나 알기 쉽게 하고 있다. 영어도 물론 병기하여 알기 쉽게 하고 있다. 또 이것을 법적으로 규정하여 그 지역 소수민족의 글을 위해 쓰게 하도록 하고 있음은 배울만하다.

지금 한국어 사용 인구는 7천739만명으로 세계 언어 중 13위에 이르고 세계 지식재산권기구는 한국어를 9번째 국제 공개어로 채택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세종대왕이 앉아 있는 세종로 주변의 58개 간판 중 3분의 1인 18개가 한글 없이 영어로만 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훌륭한 우리글을 우리가 외면한다니 얼마나 통탄할일인가. 지자체 로고마저 판타지아 부천, 에이플러스 안양, 브라보 안산, 베스트 김포, 다이나믹 경산, 러닝 문경, 로하스 영덕, 컬러플 대구, 프라이드 경북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다. MG(새마을금고), NH(농협), LH(토지주택공사)등등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다.

얼마 전 발표된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화하면서 평균 20어절에 한번 꼴로 비속어, 은어, 유행어를 사용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욕설과 비속어 사용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아 졌으며, 이러한 잘못된 언어생활은 언어폭력을 넘어 학교폭력까지 낳고 있다.

이제 청소년 뿐 아니라 기성세대들이 먼저 올바른 언어생활과 올바른 한글 사용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어른들의 나쁜 언어사용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지대한 영양을 끼친다. 아이들의 언어폭력은 부모의 언어폭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부모의 바른 언어, 학교의 올바른 언어교육이야 말로 우리말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이다.

세계엔 200여개의 문자가 있지만 이 많은 문자 가운데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문자는 한글뿐이다. 한글 창제의 큰 뜻을 받들어 평소 올바른 언어습관을 기르는 것이 진정한 한글사랑이자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는 가장 훌륭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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