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경산경찰서 생활안전계 경사)

며칠 전 대한민국 경찰의 69번째 생일이 지났다. 생일 날 아침 즐거운 기분 대신에 벌써 간밤 취급사건 보고서에는 빨간 글씨로 "공무집행방해 사건이 2건이나 발생하였다"는 기분 찜찜한 소식이 먼저 들려왔다. 밤새 일부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상대로 공권력의 힘을 보여주느라 고생하였을 직원들을 생각하니 즐거운 기분이 싹 사라졌다.

'조지양익(鳥之兩翼), 거지양륜(車之兩輪)'. '새는 양 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고, 수레는 두 바퀴가 있어야 굴러 갈 수 있다'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불가분의 어떤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 경찰과 국민의 관계가 어때야 하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국민을 위해 모두들 곤히 잠든 시간에도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일 수도 있는 경찰관에게 무슨 악감정이 그리도 많은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욕하고, 때리고, 치안의 최일선인 파출소에서 기물을 파손하며 소란난동을 피우고… 이런 비정상적인 행위들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경찰의 69번째 생일날에도 어김없이 일부 비정상적인 사람들에 의해 새의 날개가 다치고, 잘 굴러가는 수레의 바퀴가 망가져 버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찰청에서는 작년부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경산署에서는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고강도의 형사적 처리와 더불어 육체적·정신적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해 10여건의 소송 건 모두 승소했고, 공무집행방해 사건 발생 초기부터 경찰서 형사팀에서 현장 출동해 전반적인 사건처리 절차를 진행하도록 업무 개선 중에 있어 공권력을 무시하는 비정상적인 부분이 조금씩 정상화 되도록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대한민국 경찰의 공권력이 감당해야 할 몫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지금의 치안수요를 감당해 낼 수준을 넘어 버렸다. 더 이상 경찰 공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찰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경찰과 국민은 '鳥之兩翼, 車之兩輪'의 의미처럼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경찰이 누군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면,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지금 보다 더 안전해 질 수 없을 것이다. 새의 날개가 다치고, 잘 굴러가는 수레의 바퀴가 망가져 그 자리에 머물게 한다면 분명 그에 따른 손해는 '그 누군가'가 포함 된 국민 모두가 짊어져야 할 짐으로 돌아와 내 주변의 안전을 위협하리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아침에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다. 약 1개월 전 주취상태로 우리 직원에게 욕설·폭행해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된 사람이 피해 직원을 찾아와 진심 어린 사과를 하러 왔다는 것이다. 속상했던 내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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