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所用心 難矣 (무소용심 난의) 마음 쓰는 곳이 없다면 곤란하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한 몸의 주인공은 마음이다. 마음을 잘 닦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마음을 잘 쓰면 큰일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마음은 폭류와 같이 잠시도 쉬지 않고 흐른다. 고요하고 넓은 호수가 되어야 그 맑은 물 위에 하늘도 구름도 비추어지고 많은 물고기가 헤엄치며 살아가고 사람들도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폭류와 같은 마음을 마음 가는 대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 이리 흐르고 저리 흘러 정처 없이 헤맬 뿐, 도무지 소득이 없고 마음은 더욱 어지러워진다. 공자는 종일 방안에 누워 배불리 먹으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개탄하여 "참 어렵구나!"라 하였다.

공부하는 사람은 목표를 세우고 그 성취를 위해 계획성 있게 노력한다. 물론 공부가 잘될 때도 잘 안 될 때도 있다. 그러나 노력하는 용심처(用心處)는 있는 것이다. 사람이 용심(用心)하는 곳이 없으면 그야말로 멍청해진다. 이것은 인생의 교사(敎師)인 공자가 보기에 참으로 딱한 일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바둑이라도 두어라!"라고 한 것이다. 바둑이 물론 학문도 아니고 공부도 아니지만, 그래도 용심하는 곳이 있다. 마음을 쓰기 때문에, 마음을 조절할 수 있고 상당한 정신집중이 필요하다. 그리고 작전계획 같은 연구와 기획, 결단의 정신작용을 한다. 멍청하게 누워 지내거나 잡담이나 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참고로 장화(張華)의 '박물지(博物志)'에 따르면, 바둑은 요임금이 아들 단주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며, 태극과 팔괘, 1년 365일과 춘하추동의 이치가 있는 상당히 지적인 게임이다. <양화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一. 종일 배불리 먹으며 마음 쓰는 곳이 없다면, 어려운저!

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포식종일 무소용심 난의재)

二. 바둑이란 것이 있지 않은가?

不有博奕者乎(불유박혁자호)

三. 이것이라도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현명하다.

爲之猶賢乎已(위지유현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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