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2일 미국 세이코필드야구장에서 신기록의 신화가 탄생했다.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애틀매리너스와 텍사스레인저스와의 경기서 3회말 레인저스 투수의 6구째 공이 홈플레이트를 지날 무렵 '야구천재' 스즈키 이치로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깔끔한 중전안타였다. 비록 이방인이지만 메이저리그 대기록을 세운 이치로에게 4만7천여 관중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치로는 이날 1920년 조지 시슬러가 세운 257개의 한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무려 2개나 경신하면서 84년만에 메이저리그 안타의 새역사를 썼다. 이치로는 1루측 관중석에 앉아 있던 시슬러의 딸(61세)과 악수를 나눴다.

메이저리그 최다안타 기록을 세운 이치로는 타고난 천재가 아니다. 야구가 국기나 다름없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노력형 천재다. 체격조건이 남보다 나을 것이 없는 이치로의 동물적인 감각은 중학교 때부터 특수 피칭머신 앞에서 공을 때리는 훈련에서 이뤄진 것이다. 오른쪽 다리를 움직이며 타이밍을 맞추는 '시계추타법'으로 그는 승승장구했다.

2014년 10월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도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다. 나흘전에 1994년 이종범이 세운 한시즌 최다 안타 196개 기록을 깨 전설이 된 서건창이 이날 SK와의 정규리그최종일 경기에서 2개의 안타를 추가, 한국야구사상 기리남을 한시즌 '200안타신화'를 썼던 것이다. 서건창은 올시즌 128경기에 모두 출전, 총 201안타를 쳤다. 이 수치는 162경기를 치르는 미국프로야구로 환산하면 254개를 친 셈이 된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서 친 262개 안타와 거의 맞먹는 쾌거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250개 안타를 넘긴 선수는 7명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200안타 이상을 친 선수는 한명도 없었다. 서건창이 한국프로야구 33년 역사에서 '200안타신화'를 쓰게한 웅크린듯한 '배꼽타법'은 피나는 훈련에서 완성된 비법이다. 서건창이나 이치로의 신화는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한불난(信汗不亂)'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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