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 하나에 전선 하나

책상 하나에 의자 하나

방 하나에 문 하나

창문엔 닫힌 커튼

 

정시에 울리는 알람

십년 동안 겨울인 그림

닫힌 피아노의 당연한 침묵

지구본은 하루만큼만 공전하는 중

 

내가 눈만 깜빡이지 않으면 완벽한 고요

자꾸만 눈동자가 가려워요, 천장에 매달린 눈이 하던 말

잠시만 참으면 다 끝나요

다 끝나요

메아리는 아무 소리도 없는 곳에 가서 박힌다

 

우기의 가장 가까운 아래쪽

이 지독한 가려움,

<감상> 시의 맛 하나는? 음식 맛을 감미하듯, 시의 언어가 상징하는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다. 말없이 장미꽃 한 다발 전하는 것이 사랑이 되듯, 표층에 드러난 언어가 갖고 있는 심층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시를 읽은 맛 중의 맛이다. 건조증에 따른 일상의 분위기가 한 편의 시로 장식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한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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