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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혁신론

'국회의원·정당' 혁신 시급, 문제 해결·만들지 못하면 실패, 혁신의 기본은 가능성 다루는 것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등록일 2014년10월29일 20시55분  
김정모 서울취재본부장

올해 들어 '혁신' '개조'란 용어가 난무한다. 여당은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제1야당은 '정치혁신실천위원회'를 내걸었다. 그런데 이 혁신이 점포(정당)를 신장개업한다는 건지, 수리를 좀 한다는 건지, 이도 저도 아닌지 불분명하다. 독식하던 일부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정도라면 혁신이 아닌 개선이다. 특권 폐기는 부끄러운 기득권이다. 말없이 조용히 폐기하는 것이지 화려하게 포장해서 공개할 대상이 아니다.

현상을 바꾸는 최극의 단계가 혁신이다. '혁신(革新: innovation)'은 낡은 것을 바꾸어 완전히 새롭게 함이다. 그 정도가 속과 깊이에 있어서 천태만화(千態萬化)다. 혁신은 파괴가 전제다. 보수의 대척점에 있다. 혁신은 현실을 불만족해서 개혁하려는 것이고, 보수는 현실을 만족해서 현실 가치를 지키려는 것이다. 애정과 증오 관계만큼이나 멀다. '보수혁신'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지금의 여당과 제1야당은 현실에 대한 만족세력이다.

할 수도 없고 할 생각도 없는 혁신으로 국민을 현혹시켜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 죽이나 미음도 줄 의지도 능력도 없는 부모가 "이밥에 고깃국 줄께" 한다면 참 나쁜 부모이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다. 사이비 혁신론자다. 양당이 깨끗하고 원칙의 정치인으로 공인된 김문수 원혜영을 위원장으로 내세웠지만 혁신은 얼굴이 아니라 내용과 구조의 문제다.

예를 들면, 48년 정부 수립 이후 혁신이라 할 만한 정책은 제1공화국 조봉암 농림부 장관의 농지개혁정도가 아닐까.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자본주의 도입과 자유 러시아의 길을 튼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가 혁신노선이다.

정치부분에서 가장 시급한 혁신의 대상은 국회의원과 정당이다. 국회의원 보좌진 총급여가 연간 3억9천만원이다. 보좌진들이 작성해주는 원고를 읽을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을 없애려면 보좌진을 폐지하는 것이 혁신이다. 국회의원이 스웨덴이나 우리의 다른 전문직과 같이 일해야 한다.

지방정당을 허용하여 지방정당으로 하여금 공천을 행사하게 하고 중앙정당은 모든 지방선거 공천권을 아예 갖지 않는 것이 혁신이다. 지금의 중앙정당은 이권과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 핵심기능이다. 자원을 나눠주면서 약탈하고 노략질하고 갑질한다. 부실한 정당시스템을 존치하고 무슨 개헌도 소용이 없다.

1인당 소득이 1995년 1만 달러, 2006년 2만 달러라고 한다. 2000년대 이후도 전체 GDP는 성장했다. 그런데 다수 국민은 자신의 소득이 높아간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임금 없는 성장' 편중된 소득구조를 해소해서 선순환경제를 만드는 게 혁신이다.

조선의 '정감록'은 백성의 염원을 담았다. 오늘날 사회운동가는 바꾸어야할 것을 꼬집는다. 오늘날 국민의 염원이 무엇이겠는가. 정치가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방안을 내놓고 실행해야 한다. 역사의 거친 폭풍 앞에 막 꺼지려던 비잔틴제국의 운명이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시스템개혁과 헤라클리우스 1세 황제의 정신개혁으로 기사회생해 국가생명을 800년 이상 연장했다.

러시아 물리학자 시크릿이 우주의 작동원리에 대해 '가능태 공간'을 말했다. 정치는 가능태의 예술이다. 정치인은 아티스트와 비슷하다. 만들지 않고 있는 거 관리하는 메니저가 아니다. 정치와 예술은 문제를 해결하고 만들지 못하면 실패라는 딱지를 붙인다. 진짜 혁신의 기본은 가능성을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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