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재획정 초미의 관심, 텃밭 사라질 TK 국회의원, 지역구 유지에 사활 걸 듯, 여 "정기국회 뒤에 논의", 야 "정개특위 즉각 가동"

새누리당이 비교적 순항하던 정기국회에서 '선거구 재획정'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30일 현행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제도가 헌법에 불합치 하다며,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재 3대1에서 2대1로 조정하라고 요구하자 영남권 정치권이 벌집을 쑤신 듯 들썩이고 있다.

조정해야 할 선거구중 경북은 현행 15곳의 선거구중 인구 상한 초과 선거구 1곳(경산·청도)과 하한 미달 선거구가 6곳(영천, 상주, 영주, 김천, 문경·예천, 군위·의성·청송)으로 절반가량이 조정돼 의석수 3석이 사라질 판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어디와 어떻게 합칠지, 어떻게 선이 그어질 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인구 하한에 미달하는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지키기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경산·청도의 경우 경산시를 독립선거구로 하고 청도군 지역을 다른 지역과 통합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역 국회의원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분구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영천(정희수), 상주(김종태), 영주(장윤석), 김천(이철우) 등은 독립선거구를 유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들 인구 하한 미달 선거구는 다른 선거구와 합쳐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게 됐다. 문경·예천(이한성), 군위·의성·청송(김재원) 등은 복합선거구로 인구수가 적은 지역이 뭉쳐져 있어서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의 선거구 획정이 어떻게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사일뿐 아니라 내년 한해 동안 의원들간 사활을 건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대구는 12곳의 선거구중 인구 상한 초과 선거구 1곳(북구 을)과 하한 미달 선거구 1곳(동구 갑)이 통합 대상이다.

이에 여야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 문제로 어수선하다. 차분하게 이 문제가 어떻게 될지 의원 한 분 한 분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정기국회 중에 정개특위를 굳이 만들자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정개특위 구성 방식과 절차 등은 정기국회 이후에 논의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개헌론을 주장하는 이재오 의원은 "이번 기회에 소선구제도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자"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소선구제는 (국회의원이)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과 구별이 안된다"며 국회의원이 국정에 전념하려면 지방자치는 지방의원에게 넘겨야 한다"고 말해 당 지도부의 함구령에 맞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개헌의 공론화를 요구하며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하루빨리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헌재에서 선거구 확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까지 했으니 더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은 "승자 독식의 지역주의 구도를 완화하고 지역의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제안한다"며 "현재 논의되는 정치개혁의 최우선 과제도 이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영·호남 등 권역별로 비례대표 명단을 미리 만든 뒤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정세균 의원도 "모든 방안을 투명하게 논의하는 제3자적 기구도 필요하다"며 헌재 결정을 기회로 지역패권주의를 극복하고 민심을 반영해 선거제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신중한 모습이다.

이처럼 여야 간 입장차가 뚜렷해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다양한 해법을 놓고 향후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한편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문수)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일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선거구 재획정 문제가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른 이번 기회에 선거구획정위를 국회가 아닌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 산하에 설치,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혁신위 관계자는 이날 "당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구 획정 문제를 다루지 않고, 법 개정을 통해 선관위가 마련해온 안을 바로 국회에 상정해 원안 의결토록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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